조영현_20100815_멕시코 '개신교도 난민' 유엔에 도움을 요청하다
해마다 멕시코에서는 타종교에 비관용적 태도 때문에 갈등과 분쟁이 발생한다. 타종교에 대한 박해와 탄압이 증가함에 따라 그 희생자 수도 첨차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원주민과 농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나타난다. 특히 원주민이 다수를 차지하는 치아파스주는 가톨릭 신도와 개신교 신도 사이에 종교적 갈등이상존하는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치아파스주 지나칸탄(Zinacantan) 읍에 속한 마을인 나칭(Naching)에서는 2009년부터 개신교 신도들이 수도, 전기, 전화 등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개신교도들이 마을에서 수백 년간 해오던 축제나 종교행사에 치루는데 필요한 비용 부담이나 노역 제공 등 기본적인 협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개신교도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누리길 원하며, 자신들의 신념과 원칙에 배치되는 다른 종교행사들을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개신교도들은 일부 가톨릭 성직자들이 신도들을 조종하고 있으며, 자신들을 추방하도록 사주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지난 6월 27일 나칭에서 발생한 ‘개신교도 추방 사건’은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만 관련된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도 뒤섞인 사건이었다. 민주혁명당(PRD) 소속으로 읍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개신교도들을 초청한 자리에 제도혁명당(PRI)을 추종하는 까시께(Caciques)들과 지역 단체장들이 나타나 개신교도들에게 돌을 던지고, 몽둥이와 칼, 총으로 위협을 가하면서 이 사건은 발생했다. 친 PRI당 성향이며 가톨릭을 옹호하는 이들은 개신교도들을 폭행하고, 52대의 자동차와 11채의 집, 그리고 교회를 불태웠다. 경찰이 개입해 더 이상의 피해는 막았지만, 공권력도 원주민공동체나 지역공동체에서 개신교도를 추방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이런 일은 지역 당국의 공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피해자들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하는 일은 고작 양측을 위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정도에 그쳤다. 마을로 되돌아오고자 하는 사람은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후에야 살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개신교도들은 조직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정부에 대해 가해자 체포와 구속 등 법집행을 촉구했고, 항의하다 체포된 개신교도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자신들이 당한 신앙의 자유 침해와 인권유린 사례에 대해 시민사회와 국제단체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7월 27일 이 지역 개신교도들은 최종적으로 유엔에 이 사건에 대해 개입해 줄 것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들은 이 사건에 대해 유엔이 직접 조사해 줄 것과 자신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약 500명 정도가 본래 살던 곳에서 쫓겨났으며 식량, 의료지원을 받지 못해 병들고 영양실조에 걸려 고통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개신교도 난민(Refugiados evang?licos)’이라고 자신들을 부르며,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 피해 보상, 개신교 공동체의 안전 등을 약속받는데 유엔이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종교 간 갈등 문제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은 멕시코 원주민 사이에 급속도로 개신교도들이 증가했으며, 새 종교의 유입으로 원주민들의 범죄, 도박,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등 고질적인 악습이 일정부분 극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신교의 유입은 원주민의 삶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윤리와 사상,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 변화를 초래한다. 여기에는 긍정적 변화 뿐 아니라 부정적인 변화도 동전의 양면처럼 발생하고 있다. 부정적인 것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통일된 종교 정체성의 상실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 내 갈등과 분쟁이다.
이런 갈등 뒤에는 멕시코에서 가톨릭이 갖는 특권 뿐 아니라 정치문제도 한 몫 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와 지역 축제 등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던 친 PRI당 노선의 지역 권력층인 까시케들은 개신교의 약진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개신교의 약진이 곧 자신들의 정치, 사회적 영향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치아파스주에서는 PRI당과 PRD당이 서로 정치적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이 지역에서 많은 원주민 개신교도들은 PRD당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철에 집중적으로 종교적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그 뒤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나칭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멕시코 내 종교지형의 변화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변화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