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형_20100428_남미의 대두 열풍

2011-03-02l 조회수 2438

남미에 콩밭이 늘어나고 있다. 아르헨티나 팜파 지대에서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그리고 브라질의 아마존 지역에 이르기까지 온통 대두 열풍에 미쳐 있다. 이른바 ‘대두 공화국’은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넓히고 있다. 광활한 팜파에서 알팔파를 먹고 자라던 아르헨티나 소들도 이제 복합사료를 먹고 있다. 팜파 지대의 풀밭이 콩밭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팜파의 농지 가격도 지난 7년간 6-7배가량 폭등했다. 아르헨티나 총경작지 3천만 헥타르의 64%가 이제 콩밭이다. 올해 수출하는 대두는 5천 2백만 톤이나 된다.
  브라질의 마토그로소 주의 주지사인 블레로 마기는 이미 국제적인 인사가 되었다. ‘대두왕’이라 불리는 그는 아마존의 열대우림과 사바나 지대를 마구 태워 콩밭을 크게 넓히는데  기여했다. 아마존의 난개발을 우려하는 환경부장관 실바 마리나가 2008년에 주지사의 정책에 반발하여 사표를 던졌을 때 룰라 대통령은 미련 없이 주지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대두 수출로 인해 버는 달러가 없다면 경제운영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2015년이면 미국을 추월하여 최대 생산국이 되리라고 한다.
  대두 수요는 끝없이 증가한다. 중국은 연간 3-4천만 톤을 수입한다. 육식이 늘어나자, 콩기름 수요도 따라서 늘고 있고, 닭과 오리 사료로 쓰이는 콩깻묵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여유 농지와 수자원이 부족한 중국으로서는 수입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대두유는 또 바이오디젤을 만드는데 이용된다. 고유가 시대에 바이오디젤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유럽연합이 있기에 대두 수요는 계속 증가하리라 예측한다.
  대두 공화국의 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오늘날 대두 농사는 더 이상 농부들의 사업이 아니다. 유전자 조작 씨앗을 파는 종자 회사, 영농회사, 가공회사, 수출 유통 회사 몇 개가 움직이는 과두제 공화국이다. 신젠타, 몬산토, 붕헤(번지), 카길, ADM, 석유 메이저 등이 명망가 카르텔을 형성한다. 이들은 시민사회는 물론 국가의 유력자들에게 줄을 대고 자신들의 사업이 현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고 선전한다. 대두 수출붐의 혜택을 입고 있는 위정자들은 이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대두 수출세로 수출단가의 35%를 거둬들이니 짭짤하다. 유전자 조작 대두를 경작하면 헥타르당 4-10 톤의 대두를 얻는다. 현재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톤당 가격이 350-60 달러 선이니 대두업계의 벌이도, 정부의 벌이도 꽤 괜찮은 셈이다.
  하지만 후유증도 많다. 첫째, 대두영농은 과두제적 게임이므로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다. 대두 농지가 늘어나면 밀과 같은 주곡과 과채류의 생산량은 준다. 자연히 도시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곡가는 물론 소고기 값도 올라가고 있다. 둘째, 아마존과 사바나 지역의 파괴 속도도 빠르다. 바이오디젤을 만들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역설을 생각해보라. 셋째, 유전자 조작 대두는 다량의 제초제와 농약을 살포하여 수확을 하기 때문에 농지는 물론 주변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 콩밭 주변 부락민들은 호흡기 질환, 수질오염 등으로 피해를 입는다. 넷째, 가족농도 점차 해체되고 있다. 정부 지원은 대규모 수출영농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중소형 농가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농지개혁은커녕 토지 집중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브라질의 룰라,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와 같은 중도좌파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전통적으로 중남미 좌파들은 1차산품 수출 모델을 비판해왔고, 대안으로 농지개혁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중국 달러에 취해 있어 나라 전체를 콩밭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