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아_201002_알리사 발데스-로드리게스, 주목할 만한 라티나 젊은 작가
알리사 발데스-로드리게스(Alisa Valdes-Rodriguez)는 쿠바계 라티나 여성 작가로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나이에 비해 경력이 화려한 작가다. 작가가 되기 전 1994년 보스톤 글로브(Boston Globe)에 고정 작가로 음악 리뷰를 썼고 1999년부터 엘에이 타임즈(Los Angeles Times)에 고정 필진으로 활동하면서 라틴 음악에 관한 기사를 썼다. 퓰리처상에 세 번 올랐는데, 처음 올랐을 때가 25세였다. 색소폰을 학부 때 전공했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저널리즘으로 석사를 마쳤다. 보스턴에서 텔레비전 리포터로 활약한 바 있고, 최근에는 할리우드의 Laugh Factory에서 첫 스탠딩 코미디 원맨쇼를 선보였다.
발데스-로드리게스의 작품은 라티노 차세대 문학의 상업적 성공으로 주류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 강단에서 라티노 작품의 수업교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5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에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의 히스패닉’에 선정됐고, 히스패닉 비즈니스 매거진에 두 번이나 ‘가장 강력한 100인의 히스패닉’ 중 한명으로 거명됐다. 또한 라티나 매거진(Latina Magazine)에서 ‘올해의 여성’으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에서는 ‘급부상한 문학 스타(breakout literary star)’로 언급된 적이 있다. 타임지는 이 작가를 ‘치카 문학의 대모’로 표현했는데 작품의 성향뿐 아니라 상업적 힘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다.
이미 100만부이상 인쇄된 6편의 소설로는, Playing With Boys(2004), Make Him Look Good(2006), Haters(2006), The Dirty Girls Social Club(2008), Dirty Girls on Top(2008), The Husband Habit(2009)와 현재 집필 중인 The Kindred: The Temptation of Demetrio Vigil 4부작 중 1편이 있다. 국내에 <서른 살의 다이어리>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The Dirty Girls Social Club의 원제는 Buena sucia social club으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연상하게 만든다. 전세계 출판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이른바 20대 여성 독자를 겨냥하는 ‘치크릿(Chicken Lit)’장르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품으로, 이미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제작돼 곧 방영될 예정이다. <서른 살의 다이어리>는 산드라 시스네로스처럼 쓰지 않아도 에스닉 문제를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라티나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학문적 관심을 요구한다. 에스닉 작가에게 가하는 출판계의 압력과 ‘라티나’라는 정형화된 예술적 자아상에서 자유로운 여성 작가가 미국 주류 사회의 인종적 편견과 차별, 라티노 공동체의 고질적인 여성 억압과 폭력의 문제를 ‘센스있고 쿨하게’ 건드리고 있다. 소설적 재미 또한 대단해서 다른 모든 작품을 읽고 싶은 욕구를 누르기 어렵게 만든다. 작품 속 20대 후반의 6명의 라티나 중 주인공인 쿠바계 로렌은 작가의 자아상이 많이 투영돼 있다. 발데스-로드리게스의 아버지는 아바나 출신으로 15세에 도미해 20세 후반에 뉴멕시코 대학의 교수가 된 자수성가한 엘리트이고, 어머니는 뉴멕시코 출신의 멕시코계 미국인 시인으로, 작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 중요한 성장 배경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로렌은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면서 미국의 대도시 직업 여성의 고민뿐 아니라 라티노 이민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진짜 이야기’는 책 소개에 나온 것처럼 <섹스 앤 더 시티>보다 대담하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보다 통쾌하다.
이달 3일 Herald de Paris지의 Al Carlos Hernandez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작가의 경력과 예술인으로서의 욕심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언젠가는 라티나 윈프리가 돼 텔레비전 쇼 진행을 하고 싶어 하고 일인 스탠딩 코미디 개그맨이 되고 싶어 하는 작가의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첫 작품과 마찬가지로 Haters도 텔레비젼 시리즈물로 방영될 예정이고 작가의 의도대로 현재 창작 중인 작품 또한 영화로 제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독자를 원하는 메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종사자로, 코미디언과 배우의 끼를 누를 수 없는 여성 예술인으로 작가의 미래상이 매우 기대되고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