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아_200910_2010년 인구조사를 둘러싼 라티노 사회의 움직임
"Ya Es Hora. Hagase Contar(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구조사를 받으세요)"는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히스패닉들에게 인구조사에 동참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외치는 문구다. 인구 조사에 의해 계측된 인구수는 정부 예산 편성 및 정치적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년에 실시할 인구조사는 소수민족에게는 특히나 민감한 사안이다. 십년마다 실시하는 2010년도 인구조사를 통해 히스패닉 인구가 실질적으로 상승했다는 사실이 증명되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지난 5월 미국 정부는 작년도 히스패닉 인구를 4천 6백 9십만 명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2000년도 인구조사를 통해 밝혀진 3천 3백만 명 보다 많이 상승한 수치이다. 인구조사국에 의하면 2000년도 당시 0.7% 정도, 약 2백 5십만 명이 집계가 되지 않았고, 천 3백만명에 이르는 히스패닉이 인구조사에서 제외되었다고 주장한 학술적 연구도 있다.
Univision과 더불어 미국 스페인어 방송국의 대표자 격인 Telemundo(NBC Universal의 자회사)는 “M?s Sabe el Diablo"(악마가 젤 잘 알아)란 일일 텔레노벨라(연속극)를 통해 라티노 시청자에게 인구조사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인구조사와 관련된 장면을 삽입한 것이다. 텔레노벨라는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인들에게는 별반 인기가 없는 반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시청자로부터는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주중 일정 시간대에 그들을 텔레비전 앞에 고정시키는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자랑한다. 따라서 미국 인구 조사국이 이 텔레노벨라를 인구조사에 활용한다는 소식은 참 흥미롭다.
“페를라 벨트란, 뉴욕의 나쁜 쪽(wrong side) 출신인 그녀는 최근 엄청난 일을 겪는다. 도둑인 남편이 살해당하고 자신은 타락한 하층민과 어울린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탈출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인구 조사국의 신입사원으로 말이다.”
아마도 텔레문도의 팬은 페를라 벨트란이 “M?s Sabe el Diablo”의 여 주인공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것이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위 기사의 첫 시작은 텔레문도가 인구조사에 보이는 관심을 반증한다. 방송 미디어 입장에서 보면, 각종 사업적 혜택과 연관된 광고 시청자 수를 가늠하는 데 실질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인구조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텔레문도 제작자들이 이를 위해 한해 동안 기획하고 있는 캠페인의 시작으로 내년 봄에 이 드라마에 인구조사 각본을 넣으려고 하고 있고, 실제로 인구 조사국 직원이 “Diablo" 작가와 공동 작업을 했다고 한다. 10월 초 방영 내용에서는 벨트란이 empanada를 팔고 있는 노점상에 조사국 직원이 다가와 인구조사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벨트란은 곧 조사국 직원으로 취직을 하게 되고, 구직 신청을 하면서 서류를 작성하는 장면에서 행정 직원이 이 자료는 완전히 비밀이 보호되는 안전한 문서라고 설명을 덧붙이게 된다. 텔레문도는 이런 방식으로 다른 드라마에도 유사한 장면을 삽입할지 고려중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라티노 사회에서는 인구조사를 두고 극단적으로 양분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일부 라티노 성직자 가운데는 정부 추산 천 2백만의 불법 이민자에게 법적 지위를 허용하도록 이민 법안 개혁에 정치적 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인구조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LA같은 도시에서는 인구조사에 동참해야 한다는 권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사들의 모임이 있다. 그들의 모토는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눈으로 헤아려 진다. 인구 조사를 받자!”이다. 이렇듯 전반적으로는 인구조사에 동참해야 한다는 분위기이지만, 인구조사와 이민법 개정을 연결시키면서 정치적 힘을 가시화하길 바라는 움직임도 강력하다. 이처럼 라티노 사회에는 인구조사와 관련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경우가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인구조사를 두려워하는 불법 이민자의 경우나 경기 침체로 인해 한 거주지에 다수의 가족이 모여 살아 주택, 임대 관련법을 저촉하는 경우에는 인구조사를 피해 공식적 집계에서 빠지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통 히스패닉 광고와 미디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2010 인구 조사가 끝나면 전례없는 황금시대를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인구조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현 경기 침체와 곧 닥칠 이민법 정책의 변화로 인해 히스패닉 인구 상승의 황금시대는 종결이 됐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이럴 경우 기존의 광고 예산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어쩔 수 없이 나아가게 될 것이다. 만약 기대를 초과할 때는 방송, 라디오, 인터넷, 휴대폰, 인쇄 등의 미디어 관련 산업에 폭발적인 상승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축복이면서 난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반 미디어 시장 회사들이 가만히 앉아 예산이 재편성되는 것을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게임이 훨씬 강해질 것이다. 어쨌든 업계의 사람들은 희망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스페인 방송국은 수년간 한층 확대된 시장에 상응하는 광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도 인구 조사 이후 이런 일들이 가능해 지리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