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EU 50여개국 정상 리마서 무엇 논의하나

2008-05-15l 조회수 2927


빈곤.기후변화 주요 의제..'국민의 정상회담'도 병행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 라틴아메리카와 유럽연합(EU) 50여개국 지도자들이 16-17일 양일간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두 대륙간 국제 현안과 공동관심사를 논의한다.

   지난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지 2년만에 열리는 리마 라틴아메리카-EU 정상회담에서는 빈곤문제와 함께 기후변화가 중요 의제로 다뤄진다. 이와 함께 남미 주민들의 유럽 이민 문제, 남미 인디언들의 인권 문제 등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미국 시장에 편중되게 관심을 보여온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최근에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과 교역을 늘리고 있는 점을 중시하고 EU와의 교역 증진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브라질과 멕시코가 중요한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남미대륙에서 좌파운동을 이끌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정상회담 참석 여부도 관심거리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가 일부 남미 지도자들에게 차베스 대통령과 거리를 둘 것을 권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메르켈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와 이념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맹비난하고 리마 정상회담에서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차베스 대통령과 함께 중남미에서 좌파운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리마 정상회담에 참석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리마 정상회담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주 정부가 자치확대를 요구하는 등 국내문제가 만만치않은 만큼 참석여부는 불분명하다.

   이들 좌파 지도자들의 움직임은 정상회담과 병행하여 인권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개최하는 '국민의 정상회담'과 함께 리마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과거 남미대륙의 식민지 지배국이었던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마 정상회담은 먼저 각국 고위인사들이 참석하는 기술위원회 회의를 바탕으로 정상회담이 열리는 데 지역별로 블록을 나눠 열리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독일총리가 주관하는 양대륙 경제계 지도자들 회의도 함께 열린다.

   페루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전체 12만 경찰력 가운데 무려 9만5천명을 배치하고 군병력까지 동원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페루 당국은 화생방에 의한 테러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한편 경찰견 500마리를 대기시키고, 지대공미사일을 배치하고 각국 정상들이 입국할 때는 미제 및 러시아제 전투기를 출격시켜 공중에서 부터 영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리마 시내에 있는 정상회담장 주변에는 대형 철제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통행이 거의 통제된다.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리마 시내는 각종 통제로 교통이 큰 혼잡을 빚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하고 있다.

   페루 국민은 리마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과 관련, 과거에는 식민지 지배를 받았으나 이제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공동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인권단체 지도자로 '국민의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미겔 팔라신은 "유럽대륙이 남미를 500년 동안 식민지 지배하면서 진 역사적 부채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