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 미(美) 민주 경선 핵(核)되다

2008-05-26l 조회수 2740

기사입력 2008-05-26 03:22 
내달 1일 경선 실시
힐러리, 압승 땐 극적 역전 가능할 수도

카리브 해(海)에 있는, 인구 400만 명의 미 자치령 푸에르토리코가 막바지에 이른 민주당 경선의 '핵(核)'으로 떠올랐다. 다음달 1일 민주당 경선이 실시되는 푸에르토리코는 남은 세 곳의 경선 중에서 대의원 수가 63명으로 가장 많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Obama), 힐러리 클린턴(Clinton) 상원의원은 24일 모두 이곳을 방문해 선거유세를 했다. 그러나 속령인 푸에르토리코는 정작 미 대선에선 투표권도 없고, 당연히 선거인단도 선출하지 못한다. 그러나 클린턴이 경선 포기를 거부하고 이곳에서 크게 승리해 수퍼대의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을 펴면서 푸에르토리코가 갑자기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됐다.

◆클린턴 "주 승격에 최우선 순위 두겠다"=오바마는 24일 푸에르토리코의 산 후안 중심가를 지지자들과 함께 춤을 추며 행진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방위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대통령이 될 경우 푸에르토리코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것임을 약속했다. 이 지역에서 오바마는 클린턴에게 크게 밀린다. 클린턴은 이날 '타운홀 미팅'을 통해 "나의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헌신은 지난달 시작된 것이 아니다"며 퍼스트 레이디 시절부터 시작됐다는 '인연'을 강조했다. 클린턴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푸에르토리코를 미국의 주로 편입하는 방안을 해결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파나마 방어 위해 독립 안 시켜=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미국의 영토가 됐다. 그러나 당시 획득한 영토 중 쿠바와 필리핀이 각각 1902년과 1946년 독립한 것과는 달리, 미국은 파나마 운하 방어에 필수적인 푸에르토리코는 독립시키지 않았다. 1917년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미 시민권을 부여 받았지만 정작 대통령 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다.

이미 민주당 경선은 오바마에게 기울었다. 2025명의 대의원을 먼저 확보하면 이기는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는 1969명을 확보해, 클린턴(1779명)에 앞서 있다.

하지만 푸에르토리코는 미 인구의 15.1%를 차지하는 히스패닉계의 동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미 본토의 푸에르토리코인들은 투표할 수 있다. 이들이 많이 사는 뉴욕주의 상원의원인 힐러리 클린턴은 이곳에서 지명도가 매우 높다. 가장 최근인 4월의 한 조사에선 클린턴이 10여% 포인트 앞섰다.

오바마가 이곳에서 대패(大敗)하면, 아직 지지 후보를 확정하지 않은 수퍼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

클린턴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압승해, 수퍼대의원들에게 "매케인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홍보하기를 원한다. 클린턴은 푸에르토리코 승리와 미시간·플로리다 주에서 자신이 확보한 대의원 수를 인정 받으면 극적인 역전이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미시간·플로리다 주는 경선 일정을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승인 없이 앞당겨 경선 결과를 인정 받지 못했지만, 두 경선에서 클린턴은 승리했다.

[워싱턴=이하원 특파원 May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