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인류 공동소유화’ 논란

2008-05-29l 조회수 3483




기사입력 2008-05-28 21:06 |최종수정2008-05-28 23:46 
[한겨레] 환경단체 “밀림 보호” 매입 추진설
브라질 정부 강력 반발

‘아마존 열대우림의 소유주는 누구인가?’

무분별한 삼림 벌채와 개발바람으로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이 급속히 파괴되자, 아마존을 인류 공동 재산으로 관리·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브라질 정부가 “주권 수호”를 내세우며 발끈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뉴욕 타임스>다. 이 신문은 지난 18일 앨 고어 전 부통령이 1989년 펴낸 책을 인용해 “브라질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아마존은 그들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보호단체 ‘쿨 어스’가 열대우림 보호를 위해 아마존 매입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와 소유권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브라질 신문 <오글로브>는 이 단체 소속 실업가 요한 엘리아슈가 아마존을 500억달러(약 50조원)면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브라질 경찰과 정보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쿨 어스가 “아마존 땅을 소유하는 데 관심 없다”며 매입 추진설을 부인했지만,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대된 상황이다.

이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마존의 소유자는 원주민과 고무나무에서 수액을 뽑는 인부, 아마존강에서 일하는 어부 등 바로 브라질 국민”이라며 반발했다. 브라질이 아마존 전체 면적 중 68%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곳 거주자 3분의 2가 브라질 국민임을 지적한 것이다. 브라질 연방최고법원의 질마르 멘데스 법원장도 “(아마존 소유권) 논란들이 아마존 삼림지역에 대한 브라질의 주권을 해칠 수는 없다”며 룰라 대통령의 뜻을 뒷받침했다.

아마존을 인류의 공동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아마존이 지구 전체 산소 공급량의 20%를 책임지고 있는데다, 아마존강(6400㎞)이 전세계 담수 30%의 공급원이라는 데서 근거를 찾는다. 아마존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데다, 지구 온난화의 ‘방어지’니 힘을 모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열대우림 파괴 정도가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브라질 정부에만 관리를 맡길 수 없다는 회의론을 키웠다. 또, 최근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도 아마존의 공동관리 주장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아마존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결국 열대우림 속 생물자원을 약탈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아마존 삼림지역을 드나드는 외국인과 비정부기구(NGO) 회원들을 규제하는 것은 이를 보여준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2012년까지 10억달러의 국제기금을 조성해 아마존을 보존하자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