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통령, 주지사 선거 패배 인정

2008-07-02l 조회수 2977


 기사입력 2008.07.02 00:13
전국 9개州서 야권 주지사 7명..정치지형 급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 29일 남부 추키사카 주에서 실시된 주지사 선거의 패배를 인정했다고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 등 브라질 언론이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모든 여론조사기관들의 출구조사에서 야권후보인 사비나 쿠엘라르가 5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0%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여당의 왈테르 발다 후보를 누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전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주도(州都)인 수크레 시에서는 45% 개표가 진행된 전날 현재 쿠엘라르 후보가 74.4% 대 22.4%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키사카 주의 주지사 선거 결과는 볼리비아의 정치 지형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국 9개 주 가운데 7개 주의 주지사를 야권이 장악하는 상황이 조성되면서 모랄레스로서는 정국 주도권을 급속도로 상실하면서 '반쪽짜리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산타크루스, 베니, 판도, 타리하 등 이미 주민투표를 통해 주정부 자치권 확대안을 통과시킨 4개 주 외에 추키사카, 코차밤바, 라파스 주에서도 주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모랄레스 대통령은 철저하게 고립될 수도 있다.

더구나 자치권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주정부들이 대부분 천연가스 산업과 농업을 통해 볼리비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에게는 집권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다음달 10일의 정.부통령 및 주지사 신임투표도 실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야권이 "주정부 자치권 확대안이 주민투표를 통과한 이상 신임투표는 자동으로 중단돼야 한다"면서 "정국혼란 해소를 위해 2011년 1월 차기 대선 및 총선에 앞서 2010년 말 이전에 조기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을 곤경에 몰아넣는 요인은 외부에서도 일어났다.
그라시엘라 토로 볼리비아 기획부 장관은 전날 "미국 정부가 그동안 진행해온 볼리비아 빈곤퇴치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모랄레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원주민 세력들이 최근 중부 코차밤바 주 차파레 지역에서 활동하던 미국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을 몰아낸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