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과 전쟁’으로 몸살

2008-07-02l 조회수 3489


 기사입력 2008.06.30 21:51 [한겨레] 올해 유혈사태로 1881명 숨져

멕시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18개월이 지났지만, 성과는 커녕 유혈 사태만 격화되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이 멕시코의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데이비드 존슨 미국 국무부 국제마약 및 법집행 담당 차관보는 29일 < 파이낸셜타임스 > 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유혈 사태가 멕시코 국민들에게 엄청난 짐이 되고 있다"며 "더 많은 폭력을 불러올 수 있는 이 사태가 멕시코의 건전한 제도들을 훼손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밝혔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2006년 12월 취임 이래, 강력한 마약 조직들과 싸우기 위해 지자체에 속한 정규 경찰 외에 중앙 정부에서 군경 2만5천여명을 취약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3년 간의 작전에 70억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배정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고르 라바스티다 연방경찰 마약·금지물품 감시국장이 멕시코시티의 한 식당에서 점심 도중 총에 맞아 숨지는 등, 경찰서장급 간부들이 잇따라 피살되며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멕시코 언론들은 지난 1월 이후 마약과 관련된 유혈 사태로 188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나 증가한 수치다.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하는 에두아르도 메디나 모라 법무장관이 "2005년부터 시작된 암살과 총격 사태는 앞으로 더 격렬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을 정도다.

정부의 전략적 실패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미국 마약 시장에서 메타엠파타민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새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마약 조직 간의 싸움이 격화되는 것도 배경으로 설명된다. 2000년, 70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를 원인으로 드는 시각도 있다. 멕시코 국립자치대(UNAM)의 루이스 아스토르가 교수는 제도혁명당(PRI) 집권 시절에는 당국의 손길이 지역 깊숙이까지 닿아 효율적인 치안유지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