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지역 반발속 美4함대 공식활동 개시

2008-07-17l 조회수 2953


 기사입력 2008.07.14 04:18
브라질, 외교.국방 경로 美정부 의도 파악 분주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중남미 지역 국가들의 반발과 의구심 속에 미국 해군의 제4함대가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고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 브라질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전날 플로리다 주 메이포트 해군기지에서 기념식을 갖고 제4함대 재창설을 선포했다.

해체된 지 58년 만에 재창설된 제4함대는 대서양 함대 및 태평양 함대에서 중남미.카리브 지역으로 편성되는 군함들에 대한 작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제4함대의 작전지역은 카리브해는 물론 대서양과 태평양을 포함해 사실상 남미대륙 전체 해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제4함대는 1943년에 창설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해군의 주력함대로 활동하다 1950년 해체됐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은 아프리카의 프랑스 식민지를 점령한 독일군이 브라질 북동부 지역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해 브라질에 해군 및 공군 기지를 설치했었다.

미 해군 당국은 "제4함대 재창설은 중남미.카리브 지역 국가 해군과의 협력관계를 확대.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이 지역의 해상안보 유지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제4함대가 대규모 함정을 갖추거나 미사일 배치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해군이 운영하는 함대는 통상 1척의 항공모함과 8~12척의 호위선, 2~3척의 핵잠수함, 60~120대의 항공기, 40~60대의 탱크를 기본 단위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토머스 샤논 미국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가 "제4함대는 주로 의료지원과 마약밀매 억제, 인권보호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며,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이 포함되지 않는 등 공격능력을 갖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점으로 보아 제4함대의 규모와 운영방식이 기존 함대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의 제4함대 재창설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그동안 "제4함대 재창설이 중남미.카리브 및 대서양 연안에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일부에서는 제4함대 재창설이 반미(反美)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쿠바 및 베네수엘라와 중남미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향후 식량난 및 고유가로 초래될 수 있는 자원쟁탈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제4함대 재창설 의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외교경로를 통해 미국 국무부에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한편 이달 말에는 넬손 조빙 국방장관을 워싱턴으로 보내 미국 정부와 접촉을 갖도록 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