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중남미, IMF 지원받는 일 없을 것"

2008-10-15l 조회수 3063


기사입력 2008-10-14 22:17
"금융위기는 시장 만능주의 종말 예고"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중남미 지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엘 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을 방문 중인 룰라 대통령은 전날 이 신문을 포함해 현지 4개 언론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중남미는 현재의 금융위기를 벗어날 목적으로 IMF로부터 지원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시장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으며, 신흥개도국 경제가 IMF에 의지하거나 중남미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시대도 끝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금융위기가 지난 수십년간 유지돼온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첫 사건이라면서 "개인의 이익이 집단의 이익에 우선하는 시장 만능주의는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 이후 투자의 초점이 곡물과 석유 등에 대한 투기로 옮겨가면서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가상경제가 현실경제를 지배하는 현상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따라서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는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스페인에 이어 인도 방문 사실을 전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은 경제 문제인 동시에 정치적인 문제"라고 말해 DDA 협상 타결을 위해 인도 정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려줄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이밖에도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가 유전개발을 위해 1천120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은 머지않아 세계의 주요 산유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수년간 남미지역에서 군사력 강화 움직임이 진행돼 왔다는 지적에 대해 "남미 각국 정부는 주권과 자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에 의해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으나 이것이 군비경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