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브라질.아르헨티나

2010-01-06l 조회수 2710


브라질 주도로 중남미 강한 회복세 보일 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새해 중남미 지역의 성장률을 4.1%로 전망했다.

원자재에 대한 국제수요 증가와 내수소비 확대에 힘입어 5.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의 주도로 중남미 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남미 2위 경제국이자 브라질과 함께 주요 20개국(G20)에 들어 있는 아르헨티나도 4%대 성장률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중남미 경제가 지난해 3.4분기를 고비로 침체를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진단하면서 새해 성장률을 4%대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멕시코,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는 8개국의 경제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중남미 지역이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진단했다.

◇ 브라질, 성장 잠재력 폭발 기대 =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지난해 말 연말연시 휴가에 들어가면서 "2010년에는 브라질 경제가 과거에 볼 수 없던 일을 이룰 것"이라면서 '최고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V 연설에서는 "지난해 내수소비 확대를 위한 경기부양책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새해에는 투자 확대를 통해 생산과 고용, 소비를 확대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새해 브라질 경제의 성장률을 최소한 4~5%대로 보고 있으며, 일부 민간 경제기관들은 'V자형' 회복세를 통해 중국에 버금가는 7~8%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글로벌 위기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 기초체력을 다지면서 재도약을 위한 굳건한 발판을 구축하는 기회가 됐고, 새해에는 브라질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폭발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2008년 4.4분기에 이어 지난해 1.4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기술적 침체에 빠졌다가 지난해 2.4분기를 고비로 위기를 탈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대외신인도 향상과 안정적인 거시경제정책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자동차.전기전자.건설 등 주요 산업에 대한 감세 조치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위기극복 방안으로 내놓았다.

이와 함께 국영은행을 앞세워 기업 및 개인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생산과 내수소비를 최대한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강력한 물가 안정 조치를 통해 인플레율 안정을 도모했다.

새해에도 경기부양책의 전체적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회복세라는 외부 요인과 실질임금 상승에 따른 내수소비 증가세 유지, 인프라 투자 및 공공투자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요인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연평균 4~5%대 성장을 목표로 수립한 성장촉진프로그램(PAC)에 따라 에너지, 물류, 사회 인프라 확충을 위해 향후 2천90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며, 이는 고용창출이나 산업생산성 회복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경제도약을 꿈꾸는 브라질 정부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고용과 외환 등 두 가지다.

브라질에서는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3개월간 80만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졌으나 2월부터 일자리 증가세를 계속하고 있으며, 지난해 신규고용은 130만개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새해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는 내수 증가세와 서민주택 100만호 건설을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신규고용이 200만개를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10월 대선이 실시된다는 점에서 경제정책의 연속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룰라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집권당 대선 예비후보 딜마 호우세피(여) 수석장관은 '신(新) 성장주의'를 통한 '강한 브라질 만들기'를 화두로 제시했다.

민관 투자 확대와 소득 재분배에 중점을 둔 룰라 대통령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과학기술 및 혁신, 대서양 연안 심해유전 개발, 환경보호, 에너지 안보, 교육 및 보건 시스템 개혁, 서민주택 공급 확충, 대중교통 및 공공위생 시설 정비 등 중장기 계획에 재원을 집중 투입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권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현 정부 정책이 대부분 그대로 수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차기 정부가 공급 위주의 성장 정책에서 안정균형성장 정책을 채택할 경우 성장리듬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세계경제의 회복 부진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대선을 전후한 물가앙등, 브라질 헤알화의 지나친 강세 등이 브라질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아르헨티나, 불안요인 속 3.5%대 성장 전망 = 아르헨티나 경제는 2003~2007년 사이 연평균 8.84%의 고도성장을 계속해 왔으며, 글로벌 위기 여파 속에서도 2008년 성장률 7%를 기록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가 -2%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주요 경제기관들은 새해 성장률을 평균 3.5%대로 전망하고 있다. 농산물 수확량 확대 및 국제가격 인상, 인접국 브라질의 성장세 등이 아르헨티나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경제는 2001~2002년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아 극도의 자기방어 전략을 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글로벌 무역 감소로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들자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브라질 및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최저가 적용 범위를 확대.강화하는 등 수입규제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와 함께 글로벌 위기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를 비롯한 경기부양책을 구사했다. 에너지, 광업, 건설, 주거시설, 교육 등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활성화 및 고용시장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전기전자,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부문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와 조세 감면, 수입관세 인상을 통해 국내산업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새해를 맞은 아르헨티나 정부는 세계경제 회복세를 전제로 재정구조 건전화와 환율 안정, 인플레 억제, 내수경기 활성화를 통해 경기회복을 유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아르헨티나 경제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인플레율 상승세와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고용불안, 외채상환 문제 등이 꼽힌다.

인플레율은 지난해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15%대를 기록했으며, 새해에도 식료품 가격과 공공요금 인상 등이 인플레율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34만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질 정도로 고용환경이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고용창출 문제가 새해 아르헨티나 정부의 주요 정책현안이 되고 있다.

총 외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8%인 1천400억달러에 달하는 점도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채권국그룹인 파리클럽 및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2008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농업 부문 파업 등도 경제회복 노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