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빈농들 '붉은 카니발' 시위

2010-02-18l 조회수 2896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전국이 카니발 축제 열기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빈농들이 상파울루 주를 중심으로 농장 점거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현지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5천여명의 빈농들은 전날 오전부터 상파울루 주 내륙지역의 36개 시 60여개 농장 입구를 점거한 채 농업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급진 농업개혁주의자로 알려진 조제 하잉야 주니오르이며, 하잉야는 이번 시위를 '붉은 카니발'로 규정했다.

시위대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농민인권단체인 '토지 없는 농민운동'(MST)의 깃발을 사용하고 있으나 MST는 이번 시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MST 지도부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비판적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하잉야는 "룰라는 우리의 지도자"라며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잉야는 특히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룰라 대통령의 지원을 받고 있는 집권 노동자당(PT) 소속 딜마 호우세피(여) 수석장관의 캠페인에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오는 4월 MST가 주도하는 '붉은 4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진다.

'붉은 4월' 시위는 지난 1996년 4월 17일 브라질 북부 파라 주 엘도라도 도스 카라자스 지역에서 발생한 경찰과 농민 시위대의 충돌로 MST 회원 19명이 사망하고 69명이 부상한 이른바 '카라자스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브라질에서 '붉은 4월'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로, 이후 해마다 각 지역에서 200~300건씩의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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