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차베스-가톨릭 불화

2010-07-13l 조회수 2920


(카라카스 AP=연합뉴스) 가톨릭 국가로 꼽히는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가톨릭계가 과거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불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신도들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최근 예수가 재림하면 거짓말을 한 죄를 지은 가톨릭 지도자들에게 채찍질을 할 것이라고 비난하자 호르헤 우로사 추기경은 차베스 대통령이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교황청에 경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차베스 대통령과 우로사 추기경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싸움의 중간에 끼어있는 신도들은 어느 편을 들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라카스 시내에서 주일 미사를 마치고 나온 아만다 오르티스(47) 신도는 "차베스 대통령이 추기경에게 모욕적 언사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나 가톨릭계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양측이 서로에 대한 존중심을 잃어가고 있다" 고 지적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우로사 추기경이 교황청에 베네수엘라가 독재주의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또 다른 한 연설에서 우로사 추기경을 퇴진시키고 정권에 우호적인 성직자가 후임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베스는 "천주께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그를 용서해 주십시요. 추기경은 내가 헌법을 유린한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그 자신도 알고 있다"고 지적하고 "예수께서 또다시 육신으로 오시면 그들에게 채찍질을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와는 별도로 11일 신문칼럼에서 자신이 베네수엘라를 독재주의 체제로 몰아가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을 부인했다.

차베스는 "국민에게 권력을 주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완벽한 민주주의 체제 즉 '볼리바르 사회주의'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렸을 때 미사를 돕는 복사로 봉사한 경험이 있는 데다 신부가 됐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밝힌 적이 있는 차베스는 아직 가톨릭 신앙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주의 가치와 성경의 가르침이 기본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로사 추기경은 차베스에 대한 비난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가톨릭계 지도자들도 그를 옹호하고 있어 차베스 대통령과 우로사 추기경 사이의 대립은 좀처럼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의 헤수스 곤살레스 주교는 "불행하게도 대통령은 그와 견해를 달리하면 그에 대한 개인적 공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가톨릭계는 하나로 추기경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로사 추기경은 차베스가 쿠바 공산주의를 모델로 삼고 있으며 정적과 반체제 인사들을 윽박지르기 위해 카스트로 형제가 사용하는 수법들을 들여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로사 추기경은 구체적으로 수십개 라디오 방송국의 방송허가를 갱신해 주지않음으로써 언론을 탄압한 것은 물론 차베스 지지세력으로 채워져 있는 의회가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자체 책임자 등 공인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비난했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