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쿠바 혁명 57주년 기념식

2010-07-28l 조회수 2852


"피델 불참, 라울은 연설안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26일 쿠바 동부 도시인 산타 클라라에서 '쿠바 혁명 57주년' 행사가 열렸지만 피델ㆍ라울 카스트로 형제의 중대 발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기념식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9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산타 클라라 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참석했지만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피델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라울도 공무원들에게 훈장과 깃발을 수여했을 뿐 공식 연설은 하지 않았다.

대신 호레 라몬 마차도 부통령이 형제를 대신해 단상에 올라 폐쇄적 경제에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쿠바가 즉흥적이거나 서두르지 않은 채 책임감을 가지고 천천히 앞으로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쿠바 지도자들은 연구와 분석, 효율성 개선을 이끌어 낼 의사결정을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쿠바 지도자들은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를 앞두고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전 의장이 잦은 공개 행보를 보여온 데다 12년만에 대규모 정치범 석방이 이뤄지면서 피델ㆍ라울 형제의 공개 연설을 통해 변화된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변화와 함께 외부로 열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쿠바 두 지도자가 예상과는 달리 침묵하면서 쿠바의 미래가 어디로 튈 지 예측키가 쉽지 않게 됐다.

라울 카스트로는 2007년 기념식에서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향후 쿠바 경제의 체질적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그 뒤로 소규모 상인들이 늘어나고 대대적인 부패 단속이 전개되며 개혁의 징조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쿠바 정부는 매년 7월 26일 혁명의 서막을 알렸던 풀헨시오 바티스타 독재 정권의 '몬카다 군병영' 공격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이끌었던 쿠바 혁명군은 1953년 몬카다 군병영 공격에서 패했지만 6년 뒤 혁명에 성공하며 바티스타를 국외로 축출했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