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정치범 석방 약속 모두 지킬까

2010-11-09l 조회수 2409



'석방 데드라인' 임박…추방조건 불응 13명 수감 중

정치범 가족들 비난 속 무조건 석방 기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쿠바 정부가 정치범 52명을 석방하기로 약속한 시한이 임박했지만 당초 석방대상에 올랐던 정치범 중 13명이 아직 차디찬 감옥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 정부와 가톨릭계는 5월부터 스페인 정부 중재 하에 정치범 석방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해 두달여 뒤인 7월 7일 쿠바 정부가 수감중인 반체제인사 52명을 서너달 안에 모두 석방하겠다고 가톨릭계에 약속한 바 있다.

석방 마무리 시점이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쿠바 정부의 말대로라면 시한을 아무리 길게 잡아도 6∼7일이 된다.

현재 감옥에 있는 정치범들은 가족과 함께 해외로 나가는 '추방 조건'에 불응한 인사들이다. 이런 조건에 합의한 39명의 정치범들은 모국을 떠나 스페인과 칠레, 미국, 체코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구금 중인 정치범 가족들은 정부의 석방조건을 비난하면서도 당국이 가톨릭계에 다짐했던 약속을 지켜야한다며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쿠바 정치범 부인들의 모임인 '백의 속의 여인들'의 베르타 솔레르 대표는 "당국은 남편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최후 순간까지 악밥하는 것은 우리가 이 나라를 떠나라는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비판했다고 5일 AFP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비록 많은 억압을 받고 있지만 우리 회원들은 믿음과 희망을 갖고 있다"며 당국의 무조건적인 석방이 있기를 기대했다.

정치범들은 쿠바 당국의 석방조치가 반대파 지도자들을 추방함으로써 반대 세력을 와해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체제인사인 엘리사르도 산체스는 "이런 작전에서 승자는 쿠바 정부"라며 "그들은 전체주의 국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감옥에 있던 짐들을 덜어냈고, 이미지를 개선했다"고 비난했다.

석방 조치 발표 뒤로 정치범들을 순차적으로 풀어주며 외국행 비행기에 태워 보냈던 쿠바 정부는 현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석방 조치 때도 직접 나서 발표하기보다는 가톨릭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석방 소식을 흘리는 방식을 택했던 쿠바가 추방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치범들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