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마약왕’ 구즈만 13년만에 잡혔다

2014-02-24l 조회수 6886

미국과 멕시코의 공조로 체포된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 시날로아의 두목 호아킨 구즈만 로에라가 22일 수갑을 찬 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해군기지에서 호송되고 있다. 멕시코시티/AP 뉴시스

멕시코의 최대 마약 카르텔인 시날로아의 두목 호아킨 구즈만 로에라가 22일 체포됐다. 마약과의 전쟁이 새 전기를 맞게 됐다.

세계 최대 마약 거래 조직의 수장인 구즈만은 13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 이날 멕시코 태평양 연안의 휴양도시인 마자틀란의 한 콘도에서 군경 합동 단속반에 체포됐다. 이날 오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서는 해병대원에 목덜미를 잡히고 결박당한 구즈만이 헬기로 교도소로 호송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됐다. 미국 언론은 그의 체포를 알카에다 최고지도자이던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 버금가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키가 작은 사람을 뜻하는 ‘엘 차포’라는 별명을 가진 50대 중반의 구즈만은 2001년 1월 체포돼 교도소에 갇혔으나, 세탁물 바구니에 숨어 탈주했다. 멕시코 당국은 이후에도 그를 체포하려고 은거지를 몇차례 급습했으나, 구즈만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번번히 달아났다.

지난주 멕시코 당국은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정보를 받아 시날로아 주도인 쿨리아칸의 상류층 주택에서 구즈만의 경호요원들을 붙잡아 구즈만 체포의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주택에는 주변 다른 주택으로 이어진 터널이 있었다. 이때 구즈만은 마자틀란으로 도피했으나, 멕시코와 미국 양국의 합동 추적을 벗어나지 못했다.

구즈만은 체포 과정에서 무력 사용 등 저항이나 도주 시도없이 순순히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그의 체포 과정에서 97정의 소총, 36정의 권총, 2대의 수류탄 발사기, 로켓 발사기 1대, 중무장한 43대의 차량을 압수했다. 헤수수 무리요 카람 멕시코 검찰총장은 구즈만이 은신용으로 7채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고, 각 저택엔 강철문과 서로 이어진 터널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즈만의 시날로아 카르텔은 멕시코의 7대 마약 카르텔 중 최대 규모로 미국과 접경한 태평양 연안 지역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앞서 70~80년대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인 콜롬비아의 메데인 및 칼리 카르텔의 붕괴되며 성장했다. 미국이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들의 수송로인 카리브해의 해로 및 공로를 철저히 차단하자, 멕시코로 통하는 육로가 마약 수송로로 번성해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이 득세했다.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이 과정에서 구즈만은 콜롬비아와 미국 아리조나로 연결되는 수송로를 따라 개척한 안전한 거래 기지들을 확보해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날로아 주의 시에라마드라 산맥의 가난한 산촌 출신인 구즈만은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했고, 80년대 말부터 당시 멕시코의 최대 마약조직 두목인 미구엘 안겔 펙릭스 갈라르도의 밑에서 마약 거래를 시작했다. “발에서부터 머리까지 그는 작으나, 머리에서부터 하늘까지 그는 거인 중의 거인이다”라는 노래가 그에게 받쳐지곤 했다. 그는 저녁을 먹으려고 외출할 때는 인근 모든 식당을 비우고 식사를 하고, 약 300명의 무장경호원을 거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는 2007년 펠리페 칼데론 전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마약과 전쟁’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한 마약 단속에 나서 모두 8만명이 숨졌다. 구즈만의 체포는 이 마약과 전쟁의 중대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그의 공백을 메우려고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사이에 치열한 세력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여러 언론이 지적했다. 또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붕괴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부상으로 이어진 것처럼, 그의 체포가 다른 나라나 지역의 마약 카르텔 부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출처: 한겨레(2014.2.23)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6254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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