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보수문화 중심 칠레서 낙태 허용 논란 본격화

2014-05-25l 조회수 2130

칠레서 낙태 허용 논란 본격화 전망(EPA=연합뉴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이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바첼레트 대통령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낙태 합법화 추진 시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가톨릭 성향이 강한 남미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꼽히는 칠레에서 낙태 허용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22일(현지시간) 칠레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 등에 따르면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이날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낮은 때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낙태의 제한적 허용은 지난해 말 대선 당시 바첼레트 대통령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문제에 관한 논의가 더는 금기시돼서는 안 된다"면서 보수우파 진영과 가톨릭계의 반대에도 낙태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현지 TV 방송과의 회견에서도 "나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소아과 의사로서 모든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계속 '터부'로 남겨두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보수진영이 낙태 합법화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 관련,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1973∼1990년)에서도 한동안 치료 목적의 낙태가 허용됐다는 사실을 들어 "이는 공공보건의 문제이며 사회 공동체와 의회에서 반드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태 문제는 칠레에서 오랜 기간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왔다. 칠레에서는 1931년부터 치료 목적에 한해 낙태가 허용됐다. 그러나 피노체트 정권은 1989년 보건법을 개정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칠레에서 낙태수술을 하다 적발되면 환자와 시술자 모두 징역 3∼5년형을 받을 정도로 처벌이 엄하다. 2012년에는 의회에 낙태 금지 조항을 완화하는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중남미에서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국가는 칠레와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으로 알려졌다. 한편 칠레에서는 지난해 7월 미성년 소녀가 성폭행으로 임신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큰 충격을 줬다. 남부 푸에르토 몬트 지역에서는 당시 초등학교 5학년 소녀(11)가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약 2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해 임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13세 소녀가 7세 때부터 친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한 끝에 결국 임신으로 이어져 아들을 출산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사건들은 낙태 허용에 관한 논쟁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고, 대선에서도 주요 이슈가 됐다.

출처: 연합뉴스(2014.5.23)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5/23/0200000000AKR20140523093400094.HTML?from=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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