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위기 장기화에 긴장하는 남미 좌파정권들

2015-08-24l 조회수 1790

"보수우파 정권 대체 모함 존재"미국 개입 가능성 제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남미 좌파정권들이 브라질의 정치·경제적 위기 상황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브라질의 위기가 2000년대 들어 남미 지역에 형성된 이른바 '좌파 대세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브라질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하고 노동자당(PT) 정권이 무너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국가로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가 꼽힌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남미 최대국 브라질의 정치적 지원을 상실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호세프 대통령이 직면한 위기의 배후에 남미 지역에서 좌파정권을 보수우파로 대체하려는 미국의 모함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브라질에서 앞으로 수개월 안에 쿠데타 위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에는 "브라질을 사랑하고 브라질과 연대한다"며 호세프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외교장관은 "브라질 노동자당 정권이 제국주의 쿠데타의 목표가 되고 있다"면서 최근 브라질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와 호세프 대통령 탄핵 움직임에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남미에서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정권을 흔들려는 모함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브라질 대선 때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으려는 보수우파 진영의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남미의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의회의 사울 오르테가 외교위원회 부위원장은 23(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와 인터뷰에서 호세프 대통령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브라질 헌법 질서의 붕괴를 의미하며,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남미국가연합,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유엔 등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미 좌파 진영은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을 들어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우파 야권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 좌파 인사는 이 신문에 "호세프 대통령은 그동안 제기된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수용했다"면서 "그러나 비리로 탄생한 브라질 우파는 자신들이 집권할 때 항상 비리를 숨기려고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외에도 남미 좌파정권들은 브라질의 위기가 자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현재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1999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의 당선을 시작으로 좌파정권이 잇따라 등장했다. 2002년 브라질, 2003년 아르헨티나, 2004년 우루과이, 2005년 칠레와 볼리비아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승리했다. 이어 2010년 브라질, 2011년 아르헨티나와 페루, 2012년 베네수엘라, 2013년 에콰도르와 칠레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당선되며 대세론을 유지했다.

 

출처: 연합뉴스(2015.8.24)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8/24/0200000000AKR20150824012800094.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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