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4l 조회수 1543
첫 집권후 퇴임시 85% '세계 최고'…경제침체·아들 비리 여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한때 카리스마를 갖춘 '칠레의 대모'로 추앙받았던 미첼 바첼레트(63) 칠레 대통령의 지지율이 끝 모를 추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지지율은 여론조사기관 'Gfk 아디마르크(Adimark)'가 국민 1천3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24%로 떨어졌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2006∼2010년)를 마치고 퇴임할 당시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 안정적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이뤘다는 높은 평가 속에 세계 최고 수준인 85%대의 지지율을 얻은 바 있다. 2013년 3월 재선에 성공해 취임할 당시만 해도 그의 지지율은 58%대였으나 1년 반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그의 지지율 추락은 아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경제 침체, 교육 개혁안에 대한 불만 등이 악재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구리 가격이 급락하면서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작년 경제 성장률은 1.9%대로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동시에 바첼레트 대통령이 82억 달러(약 9조7천억원)의 법인세를 거둬 교육 개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우자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는 더욱 위축됐다.
이런 와중에 아들 세바스티안 다발로스 부부가 칠레은행에 압력을 행사해 1천만 달러를 부당하게 대출받은 뒤 토지 거래를 통해 500만 달러의 차익을 챙긴 의혹이 불거졌다. 아들 부부는 2013년 11월 초 칠레은행 부행장을 만났고 바첼레트 대통령이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직후 대출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2월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정부 산하 자선기금의 운영자였던 다발로스를 해임하고 "어머니이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 때 도입된 교육제도가 공립학교 몰락과 빈부간 교육 수준의 격차를 초래했다고 보고 무상교육과 교육기금 신설 등을 담은 법안을 작년말 마련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무상교육안을 구체적이고 폭넓게 내놓으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교사들은 교원평가제 등에 반대하면서 올해 중순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학생 2명이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임기가 2018년 3월까지인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난 5월 재무장관을 교체하는 등 부분 개각을 단행하면서 교육, 조세, 선거제도 분야의 개혁과 개헌, 빈부 격차 해소 등의 국정 과제를 끊임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국정 실패를 이유로 사퇴론까지 거론하고 있으나, 그가 이를 극복하고 지지율의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도 좌파 성향의 바첼레트 대통령은 의사 출신으로 2002년 중남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올랐고 2006년에는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공군 장성인 아버지가 1975년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로 투옥됐다가 감옥에서 사망하고 자신도 당시 정보당국에 체포되는 고난을 겪었다. 이후 동독으로 4년간 망명해 의사 공부를 했다가 귀국한 뒤 군부 독재에 피해를 본 아이들을 돌보는 비정부기구에서 일했으며, 보건부에 들어가면서 정부 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출처: 연합뉴스(2015.9.13.)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5/09/13/0607000000AKR201509130180000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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