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5l 조회수 1598
샤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운데) (EPA=연합뉴스)
화려한 복장으로 먼발치서 지켜보며 "언젠가 나도 저기에"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세계적 명품 샤넬의 패션쇼가 열린 3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의 청춘들은 개방이 더 빨리 이뤄져 자신들도 세계를 무대 삼아 힘차게 걸을 수 있기를 바랐다.
이날 아바나 구도심의 프라도 거리는 일찍부터 교통이 모두 통제됐다. 양옆으로 난 도로 가운데 자리를 잡고 대리석 벤치와 바닥으로 이뤄진 프라도 공원을 샤넬이 패션쇼 캣워크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패션쇼가 열리는 저녁이 되자 자동차가 사라진 도로엔 아바나 시민들이 몰려들어 올드카를 타고 무대로 향하는 모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관광 중심지인 구도심에서 관광객들을 유혹하던 관리가 잘 된 올드카들은 이날 모두 종적을 감췄다가 패션쇼 참가자들을 태우고 프라도 거리를 지나갔다.
아바나 시민 대다수는 초청 행사로 이뤄진 이날 패션쇼를 가까이서 볼 수 없었다. 길을 막아선 경찰 어깨너머로 보이는 무대 조명과 간간이 들리는 음악 소리로만 패션쇼의 존재를 짐작할 뿐이었지만, 시민들은 언제 이런 기회를 또 맞을까 하며 즐거워했다.
훌리아 곤살레스(18)는 "언젠가 슈퍼모델이 돼서 저런 무대에 꼭 서보고 싶다"며 "쿠바에서 이런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를 본 것은 처음이다. 마치 내가 무대에 있는 기분"이라고 기뻐했다.
사라 콘셉시온(21)은 "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가는 유명인 중 누군가가 나를 보고 모델로 발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꿈같은 얘기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말했다.
반면 카피톨리오 앞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평범한 쿠바인이 샤넬 핸드백 하나를 사려면 평생을 바쳐도 모자라는데 이런 보여주기 용 행사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1시간여에 걸친 패션쇼가 끝나고 쿠바 경찰이 통제를 풀자 시민들은 무대 주변으로 몰려들어 행사장을 떠나는 모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샤넬의 패션쇼(AFP=연합뉴스)
이날 패션쇼 무대에 선 유일한 한국 출신이자 아시아인 모델인 박수주 씨는 "샤넬과 함께한 지 3년째인데 그 중 가장 뜻깊었던 쇼"라며 "해가 지는 와중에 쿠바에서 이렇게 길에서 패션쇼를 한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10살 때 미국에 이민 간 미국 시민권자라 쿠바에 오는 것이 더욱 힘들었고, 그래서 쿠바에서 열린 이 패션쇼의 의미를 깊이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패션쇼는 '프랑스 주간' 행사의 하나로 열렸다.
샤넬이 중남미 및 카리브 해 국가에서 이런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샤넬은 이날 2016-2017 크루즈십 컬렉션을 공개했다.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비롯해 틸다 스윈튼, 빈 디젤, 지젤 번천 등 유명인들과 쿠바의 유명 음악인 오마라 포르투온도도 참석했다.
'패션쇼 한 번 보자'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샤넬의 패션쇼가 열린 3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시민들이 경찰 통제선 밖에 서 있다.
샤넬의 패션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문, 록밴드 롤링스톤스 콘서트, 미국 크루즈선 기항 등에 이어 쿠바의 개방을 상징하는 행사로 손꼽힌다.
쿠바에서는 앞서 1999년 스페인 브랜드 파코라반이 패션쇼를 개최한 바 있다.
출처: 연합뉴스(2016.5.4.)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6/05/04/0607000000AKR201605040932000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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