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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법과 불법체류자 구제법안 사이의 갈등

2011-03-22l 조회수 4354

반이민법과 불법체류자 구제법안 사이의 갈등

이은아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최근 미국 몇몇 주에서 이민 관련 법안이 상정·통과됨에 따라 다시 논쟁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미국사회는 작년 애리조나 반이민법 통과로 심각한 진통을 겪으면서 불법이민자 문제를 둘러싸고 극단적으로 이분화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애리조나 반이민법과 유사한 강경한 반이민법이 조지아주에서 상정되었다. 가속화되는 경제 위기와 더불어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애리조나와 조지아는 높은 실업률과 예산 부족을 불법체류자 탓으로 돌리는 듯하다. 이 법안의 시행을 통해 불법노동자로 인해 발생하는 예산 낭비와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심산이지만, 이보다는 각종 산업분야에 미칠 악영향으로 경제적 손실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조지아의 불법체류자 단속법(HB-87)은 지난 3일 하원을 통과되었고 24일 상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또다시 주정부와 연방법원 사이에서 이 법안의 합헌성 혹은 위헌성을 놓고 소송 싸움이 격렬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반면 유타주에서는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해 주 의회 차원에서 구제법안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통과되는 선례를 남겼다. 서류미비자라 하더라도 주정부가 요구하는 일련의 조건을 갖추면 노동허가카드를 받아 합법적으로 노동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시적 허가증을 받는 대가로 주 경찰의 확실한 통제권 하에 들어가기 때문에 우려를 표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추방의 두려움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법안이라고 평가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지난 10일 텍사스주 하원에서 “한시적 노동자 프로그램(Guest Worker Program)”을 공화당 의원 아론 페냐(Aaron Pe?a)와 폴 워크만(Paul Workman)이 발의했다. 페냐의 HB 2757은 유타 주에서 통과한 법률 안을 바탕으로 이민노동자를 안정적으로 고용할 ‘비자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정부는 멕시코와 직접 협상을 통해 잠정적인 한시적 노동자를 확보할 수 있고, 노동자는 임시 신분증을 받아 정해진 기간 동안 거주를 보장받는다. 그는 연방정부가 실패한 포괄적 이민개혁을 주정부 차원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법안이 좋은 출발점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크만의 HB 2886은 노동자들이 최대 8년간 유효한 거주민 카드를 발급받는 데 4천불을 지불하고 미국 내에서 받은 각종 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내는 대신, 개인 정보를 주 경찰에 제공하도록 만든 법안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고용주는 미국인들과 합법적 신분의 노동자들을 먼저 고용해야 하지만 연방 부담금에서 제외되고 한시적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받는다.   

현재 반이민법은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인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민자의 문제뿐 만 아니라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공화당과 완패한 민주당의 차기 선거에서의 표심대결, 흑인과 라티노간의 일자리 다툼, 서류미비자를 둘러싼 미국인의 반이민적 정서 등 많은 사안이 얽혀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에 맞설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이 정치적 분열과 사회적 비용 등으로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반이민법 시행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과 손실에 대해서 의견이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다. 따라서 불법체류자의 추방이 미국 시민의 임금, 실직 문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 지에 대해서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백만명의 불법체류자가 더 있던 4년 전에 비해 오히려 실직율이 5%에서 9%로 상승했고, 임금의 경우 미국 일반 노동자의 단순노무시에만 미비하게 하락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민 노동자들이 노동 시장 활성화나 구매력 상승과 연결돼 긍정적 경제 효과를 낳는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은 반이민법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 계산을 통해 처리하기 보다는 불법체류자의 합법적 노동 통로를 통해 경제침체 해결책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1.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