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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얀타 우말라의 역전승?

2011-09-23l 조회수 2824

오얀타 우말라의 역전승?

우석균(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교수)


6월 5일 페루 대통령 선거에서 오얀타 우말라가 승리했다. 그동안 국내언론들은 게이코 후지모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으니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작년 1월부터 금년 4월 10일 거행된 1차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체로 톨레도, 게이코 후지모리, 루이스 카스타녜다가 1위를 주고받았으니 우말라는 오랫동안 관심 밖 인물이었다. 또 1차 선거에서 2차 선거 사이의 각종 여론조사도 게이코의 우위를 점친 경우가 많았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1990년 대선에서 게이코의 아버지 후지모리에게 어이없는 패배를 당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2차 선거 직전 후지모리주의의 부활을 경계하고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린 일이 게이코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어 대선 결과가 뒤집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말라가 선거 기간 내내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여론조사 자체가 믿을 것이 못된다. 최근 대선 때마다 리마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후보는 늘 여론조사에서 모종의 불이익을 받았다. 이번에는 우말라가 바로 그런 후보였던 것이다. 광산업자에 대한 초과이득세 부과, 각종 FTA 재검토 천명,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와의 친분, 안데스에서의 높은 인기 등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말라는 1차 선거 직전의 마지막 한 달 동안 여론조사에서 1위로 올라섰으니 2차 선거에서의 수월한 승리까지 예상될 정도였다. 차베스를 혐오하고 개방정책을 지지하는 반 우말라 표의 결집 때문에 고전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우말라가 훌륭한 대통령인지는 잘 모르겠다. 차베스주의를 추종하다가 막판, 특히 선거 이후에 룰라주의자로 변신한 점이 영 꺼림칙하다.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면 다행이겠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학 없는 정치인의 행보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점에서는 우말라의 승리가 고무적이다. 1990년부터의 페루 대선에서, 안데스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 혹은 마지못한 지지라도 받지 못한 후보는 승리하지 못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말라의 가장 큰 버팀목은 경제적ㆍ사회적으로 낙후된 안데스였다. 해안지대에 위치한 리마에서 가장 싫어하는 후보를 안데스는 오히려 선호한다는 점이 페루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결정적인 단서이다. 역사적으로 두 지역의 이해관계는 늘 충돌했고, 그래서 지지하는 후보가 다를 때가 많았다. 페루의 지성 호세 카를로스 마리아테기는 1920년대에 이미 이 두 지역의 대립이 페루의 국가적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안데스의 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년 동안 안데스의 표심이 바로 마리아테기의 문제의식 그대로였다. 안데스의 이런 행보는 편협한 지역주의라는 비판을 흔히 받기도 하지만, 안데스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대통령들이 선거 후에는 하나 같이 친 리마(Lima) 성향의 정책(FTA체결, 외국자본에 대한 지나친 관용 등등)을 펼쳤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문제의식은 앞으로도 계속 선거를 통해 표출될 것이다.
<201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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