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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순_20100308_칠레지진

2011-03-02l 조회수 2802

 
지난 2월 27일 칠레 콘셉시온의 북동쪽 115㎞ 지점 해양에서 리히터 규모 8.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는 1월 12일 아이티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것이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월 6일 최대 피해지역인 콘셉시온을 방문하였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티 지진의 경우 북아메리카판과 카리브판의 경계인 엔리께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에도 30만 명의 사망자와 150만명의 난민이 발생하여 지진의 규모에 비해 피해정도가 매우 큰 예로 기록되고 있다. 이에 비해 칠레의 지진은 나스카판이 남미판의 아래로 수렴하며 발생한 메가트러스트(megathrust)로 아이티의 경우에 비해 훨씬 강력한 지진이라 할 수 있다. 메가트러스트의 경우 지진 발생 후 쓰나미가 동반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번 칠레의 지진 발생 직후 태평양 연안 53개 국가에 쓰나미 경보령이 내려졌으나 쓰나미로 이한 직접적인 피해는 칠레 해안에만 그쳤다. 칠레 지진으로 인한 피해자의 대부분도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자연재해는 자연의 입장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대부분의 기상현상은 태양복사열을 과하게 받아 에너지가 남는 저위도 지역에서 태양복사열을 부족하게 받아 에너지가 부족한 고위도 지대로 잉여 에너지를 보내는 과정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재앙인 허리케인도 지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열복사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며 지구의 탄생 이래 이러한 현상, 혹은 그보다 더욱 격렬한 자연현상은 끊임없이 발생하였다. 지진 또한 인간에게는 매우 큰 재앙이지만, 지구의 입장에서는 맨틀의 흐름이나 지각판의 이동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해안선을 따라 길게, 그리고 높이 솟은 안데스 산맥은 나스카판이 남미판 밑으로 수렴하여 위로 솟은 것이며 현재도 지구표면의 지각판들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잦은 자연재해를 입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자연재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집중하여 거주하고 있으며, 많은 도시들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역, 해안이나 하안에 인접하고 있다. 또한 도시 내부에서도 좋은 입지는 경제적 강자들이, 불리한 입지는 경제적 약자들이 차지하여 계층간 피해정도의 차이도 발생한다. 지난 2005년 미국 남부의 대도시 뉴 올리언스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재앙은 허리케인의 강도가 강해서 큰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 뉴 올리언스가 지반이 취약한 미시시피강 삼각주에 입지함으로써 대도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요 시가지고도가 해수면보다 낮아져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저지대에는 빈곤한 흑인계층이, 비교적 지대가 높은 구릉지에는 부유한 백인계층이 거주함으로써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는 흑인들이 주로 입었고, 허리케인이 닥칠 당시에는 전 도시에 대한 소개령이 내려져 빈곤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민들이 대피한 결과 가장 취약한 계층만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번 두 지역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이번 칠레의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0년 3월 8일 현재 740여 명으로 아이티에 비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지역의 피해자 규모의 차이에 대해서는 우선, 아이티가 지진보다는 허리케인의 영향이 가장 강한 카리브해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칠레는 가장 강한 지진대이자 화산대인 환태평양권의 지진 다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이티의 건축물들은 허리케인의 거센 바람이 와도 날아가지 않도록 되도록 무겁게 지어졌으며,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아이티의 건물들 중 다수는 다량의 염분 성분을 함유한 날림 건축물들로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30만이 넘는 아이티의 지진 피해자 대부분이 무너진 건물에 깔려 사망하거나 부상당하였고 150만명 이상의 인구가 가옥 붕괴로 텐트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년에 리히터 규모 3 이하를 포함하여 200만 회의 지진이 관측되고, 지진 관측 사상 가장 강한 20대 지진 중 4회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는 칠레에서는 내진성이 강한 건물을 짓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국민 1인당 연간 GDP가 1만 달러를 넘는 칠레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 이러한 건축 규정을 적용한 건물의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점이 이번 지진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아이티의 경우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수도 포르토 프랭스로부터 불과 15㎞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피해가 극대화되었고 칠레의 경우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 산티아고에서 325㎞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여 피해가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칠레 지진의 사망자의 70% 이상은 지진이 발생 다음날 밀려온 쓰나미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태평양 연안국가들이 쓰나미의 피해를 우려하여 수백만명 이상의 주민을 대피시킨데 비해 정작 칠레 당국은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28일 쓰나미 경보령을 발령하여 수많은 주민을 대피시킨 일본의 해안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최대 1.22m에 그친 반면, 쓰나미 관련 경보가 전혀 내려지지 않은 칠레 해안에는 평균 5,6m 높이의 쓰나미가 밀려왔고, 특히 펠루우라는 휴양지에는 해발 200m 지점까지 쓰나미가 밀려왔다. 이로 인해 칠레 해안지역의 인명과 재산피해가 매우 심각하게 발생하였으며 피해 지역 중 가장 콘셉시온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콘셉시온은 현재 도시 기능이 마비되었으며 치안이 부재하여 약탈과 방화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한 제도를 갖추고 많은 재화를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어려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