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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규_200909_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프리카인

2011-03-02l 조회수 2901

기사 및 이미지 출처: 아르헨티나 일간지 《La Nacion》(Lunes 05.10.2009) 주소: http://www.lanacion.com.ar/nota.asp?nota_id=1121658 아르헨티나에서는 아프리카계를 만나기 어렵다. 최근 통계를 보더라도 전체 인구의 97%가 백인이고, 나머지 3%가 메스티소(혼혈) 등 비 백인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2백 년 전인 1810년만 해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구의 33%를 아프리카계가 차지하는 등, 아르헨티나는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나라처럼 흑인노예가 많았다. 이런 인구구성비는 19세기말 대량의 유럽 백인 이민으로 큰 변화를 겪고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데 요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길거리에서는 심심찮게 아프리카계를 볼 수 있다. 최근 몇 달 새로 수백명의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세네갈, 나이지리아, 카메룬,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에서 전쟁이나 경제적 궁핍 때문에 대서양을 건너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길거리에 좌판을 깔고, 온세 거리에서 구입한 각종 장신구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장사를 하지만 휴가철이면 지방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아르헨티나로 건너온 아프리카인들은 대부분 피난민들이다. 고국에서 인종, 종교, 특정그룹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자행되는 탄압을 피해 건너왔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돈벌이를 하러 온 사람들도 있는데, 주로 브라질을 경유하여 육로로 밀입국했다. 2008년 아프리카계 난민 신청자는 859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47% 증가했다. 또 세네갈 출신이 귀화신청자 가운데 약 38%를 차지하여 단일국가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1951년부터 난민을 위해 일해 온 ‘아르헨티나 이민자 가톨릭선교재단’(Fccam)의 실비아 코스탄시 이사장에 말에 따르면, 아프리카인들은 대다수가 전쟁이 무서워서 탈출한 사람들이다. “아르헨티나로 온 아프리카 사람들은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죠?’라고 묻거나 심지어는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뭐죠?’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난민 신청을 하려면, 입국자는 육로로 들어오든 해로나 공로로 들어오든 이민국 앞에서 입국서류가 없다고 밝히고, 조국으로 돌아가면 생명과 자유가 위협을 받는다고 밝혀야 한다. 그러면 이민국에서 서류를 작성하여서 즉시 내무부의 난민심사위원회로 송부하고, 입국자에게 난민신청자라는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입국자는 이 증명서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난민신청자는 최장 6개월 동안 숙식과 의료 혜택의 지원을 받으며, 스페인어 교육은 물론이고 영어나 프랑스어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난민 지위를 얻은 사람은 아주 복잡한 절차를 걸쳐 임시 신분증을 발급 받고, 취업을 할 수 있다. 난민 신청이 기각된 사람은 일반적인 이민자로 분류되어 지원이 중단된다. 물론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아프리카 난민들의 정착 과정은 쉽지 않은데,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무상으로 먹여주고 재워는 피난민수용소의 생활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그런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또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눈에는 도대체 염치가 없는 사람들로 보이기 일쑤인데, 이는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부족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직업을 갖고 돈을 벌면 나머지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는 관례가 있다.    아르헨티나로 들어온 아프리카인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여러 곳에서 행상을 하기도 하고, 오벨리스크 주변에 모여들어 소식을 주고받는 등 조그만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개인에 사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들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온 사람들이며, 언젠가는 고향을 돌아가 가족을 만나고, 축구도 하고, 애인도 만나리라는 기대를 안고 아르헨티나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