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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국가연합' 출범과 향후 전망

2008-05-24l 조회수 3004



기사입력 2008-05-24 04:46
남미 단일창구 마련..정치.국방.금융기구 구성 기반
에너지.인프라 통합, 개별 국가간 갈등 해소 등 과제도 산적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23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정상회의를 통해 공식 출범을 선언한 남미국가연합(UNASUL, 스페인어로는 UNASUR)은 유럽연합(EU)를 본뜬 남미지역의 단일 통합기구 성격을 띠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남미국가연합이 남미지역에 존재하는 기존 경제블록과 흩어져 있던 정치.사회기구들을 하나로 묶으면서 통합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역내 국가간 경제력 격차와 정권 간의 이념적 편차가 심하다는 점에서 상당 기간의 수렴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 출범 과정 및 목적 = 남미대륙 12개국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남미국가연합은 무엇보다 남미지역에서 오랜 기간 진행돼온 남미통합 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안데스공동체(CAN)로 갈라져 있던 남미지역이 비로소 하나의 기구 아래 모였다는 사실은 그동안 에너지, 통상, 교육,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져 온 남미통합 노력에 강한 탄력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및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맞춰 등장한 UNASUL이 풍부한 자원과 농업 생산성을 갖춘 남미지역의 공동이익을 대변하는 창구가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남미의 입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미지역 단일 통합기구 창설 움직임은 지난 2004년 페루의 고도(古都) 쿠스코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비롯됐다. 당시 남미 정상들은 '남미국가공동체'(CASA)라는 이름으로 단일 기구 창설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후 수차례의 정상회의와 각료급 회의 등을 거친 뒤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남미 에너지 정상회의'에서 UNASUR라는 명칭을 얻게 됐고, 정치.경제.사회 통합이라는 대전제 하에 에너지, 통신, 과학기술,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세부적인 통합계획이 추진돼 왔다.

◇ 회원국 현황 = 남미대륙 12개국이 모두 참여하면서 남미국가연합은 외형적으로 3억9천240여만명의 인구와 2조3천490여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갖춘 거대 기구의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 말 현재 국가별 인구와 GDP 규모는 아르헨티나가 3천935만6천명 2천599억9천900만달러, 볼리비아가 982만8천명 131억9천200만달러, 브라질이 1억8천933만5천명 1조3천135억9천만달러, 칠레가 1천658만명 1천637억9천200만달러, 콜롬비아가 4천751만7천명 1천716억700만달러, 에콰도르가 1천373만명 441억8천400만달러, 가이아나가 76만1천명 10억3천900만달러, 파라과이가 603만3천명 108억7천만달러, 페루가 2천806만8천명 1천90억6천900만달러, 수리남이 52만5천명 24억400만달러, 우루과이가 320만명 229억5천100만달러, 베네수엘라가 2천750만명 2천363억9천만달러 등이다.

브라질이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GDP 규모를 갖춘 데 비해 볼리비아, 가이아나, 파라과이, 수리남 등은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 기업가치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력 격차가 심하다.

◇ 전망과 과제 = 남미국가연합은 앞으로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상설사무국을 두고 고위급 협의기구와 외무장관 협의회, 정부대표 협의회 등 집행기구를 설치하면서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갈 예정이다. 1년에 한 차례씩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외무장관 회담은 1년에 두 차례씩 상.하반기로 나누어 갖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국방장관 협의회 형식으로 운영되는 남미안보협의회를 창설해 회원국의 국방정책을 조율하고 외교적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확산하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남미안보협의회는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가 가입을 거부하면서 창설에 앞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 밖에도 현재 구성돼 있는 메르코수르 의회를 확대해 남미의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말 7개국의 참여로 출범한 남미은행에 나머지 국가들을 모두 회원국으로 가입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남미국가연합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볼리비아 정부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에 따른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의 천연가스 공급난과 칠레-페루 간의 태평양 연안해역 영유권 다툼, 볼리비아의 태평양 진출권 주장, 콜롬비아-에콰도르-베네수엘라의 영토침범 논란 등 난제가 쌓여있다.

또 남미권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인프라 부족과 빈부격차에서 비롯된 사회적 소외 등도 진정한 남미통합을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