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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마이애미를 떠나는 이유는

2008-06-05l 조회수 4006


백인 거주비율 18%...감소추세 뚜렷,
스페인어 못하면 일자리도 없어
[ 2008-06-01 01:58:57 ]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미국 플로리다 남부지역의 '황금해안'으로 유명한 세계적 관광휴양지 마이애미. 하지만 정작 미국인들이 마이애미를 등지고 타지로 떠나고 있다고 AP가 보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영어만 구사해서는 이곳에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스페인어를 쓰면서 마이애미는 이제 미국 땅에서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섬'이 됐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스페인어 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고 스페인어 신문은 물론 학교와 관공서,은행,식당등 마이애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스페인어 서비스가 제공된다.

가까운 남미에서 마이애미를 찾은 관광객들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너무나 편안하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때문에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이애미에서 사는 게 힘들 뿐만 아니라 직장도 구할 수가 없다.


꽃가게를 운영하는 멜리사 그린(Melissa Green.49)은 스페인어를 하지 못해 손님이 찾아오면 종종 친구에게 전화로 통역을 부탁하기도 한다.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그녀는 정작 미국 땅에서 영어 밖에 못해 불편함이 뒤따른다는 현실에 화가 나기도 했다고 한다.즉 엄연히 미국 땅에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고 영어만 할 줄 아는 사람들은 그린처럼 점점 더 소외감과 좌절감에 빠져 마이매미를 등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마이애미 데이드(Miami-Dade)대학의 사회학과 후안 클라크(Juan Clark) 교수는 '백인들이 마이애미를 떠나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면서 '그들은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스페인어를 배워야 한다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년전에 고향인 마이애미를 떠났다는 제임스 맥클리어리(James McCleary.58)는 '1년에 한 두차례 이곳을 찾지만 점점 낯설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도서관 사서인 마사 필립스(Martha Phillips.61)는 '스페인어를 못한다고 백인들이 마이애미를 떠난다면 결국 이곳은 또 다른 라틴 아메리카가 되고 말 것'이라면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작 영어를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덧붙였다.

마이애미는 지난 195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전체 인구의 80%가 백인이었지만 2006년 현재 백인 비율은 18.5%에 불과하다.더구나 오는 2015년에는 백인 비율이 14%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인구 통계에 따르면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의 240만 주민 가운데 히스패닉 인구는 58.5%에 이르고 있다.더구나 이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아예 영어를 모르지만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 마이애미에서 가까운 리틀 하바나의 경우는 히스패닉이 전체의 94%에 이른다.

1960년대 쿠바 이민으로 시작해 1980년대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등 남미출신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마이애미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백인 인구를 추월했고,이때부터 백인들이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nowhe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