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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海鳥배설물 비료 구아노 다시 각광

2008-06-14l 조회수 5123


기사입력 2008.06.14 03:27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 지난 19세기에 제국주의자들이 천연비료로 군침을 흘렸던 새똥 구아노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화학비료 가격이 폭등하고 유기농 채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구아노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기비료인 구아노는 건조한 페루 연안 20여개 섬에서 생산되는 것이 특히 질이 높은 것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150여년 전 페루 연안 섬들에서는 수 천명의 죄수, 탈영병 그리고 중국인 노예들이 구아노를 채취하다가 고된 노동에 죽어간 역사가 있다. 그리고 오늘 날 페루 본토에서 온 노동자들이 구아노가마우지 등 해조들이 배설한 똥을 긁어모아 본토로 보내고 있다.

'아시아 섬' 구아노 채취 현장의 노동감독 빅토르 로폰(66)은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구아노도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며 미국 등 열강들이 구아노 확보에 안간힘을 쏟는 상황에서도 그나마 이제까지 구아노가 남아있다는 것만도 '작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구아노 생산을 관장하고 있는 페루 국영 프로아보노스 사(社)의 파블로 아리올라 국장은 "석유 이전에는 구아노가 중요한 자원으로 단연 각광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페루 정부는 구아노를 노린 스페인을 물리치기 위해 '친차도(島) 전쟁'을 치르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말했다.

구아노 채취 시즌이 되면 본토에서 노동자들이 몰려와 해가 뜨기 전부터 노천광과 흡사한 곳에서 곡갱이와 삽으로 단단해진 구아노 채취에 여념이 없다.

상당수 노동자들은 맨발로 작업을 하는 데 교대시간이 되는 점심 조금 넘어서는 발과 종아리에 구아노가 붙어있다. 또 일부 노동자는 구아노 먼지가 입과 코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손수건을 쓰기도 하는 데 다행히 구아노는 약한 오줌 냄새가 날 뿐 거의 냄새가 없다.

구아노 채취 노동자들의 임금은 월 600 달러 선으로 본토의 육체근로자의 거의 3배나 된다.

한때 150피트나 됐던 구아노는 페루 대부분의 섬에서 이제 1피트 밖에 남아있지 않은 데 페루 국내외에서 새삼 각광을 받으며 작년부터 가격이 2배나 급등했다.

구아노는 현재 페루 국내에서는 t당 250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나 프랑스, 이스라엘, 미국 등지로 수출될 때는 가격이 t당 500달러로 급등한다. 구아노는 요소 비료에 비교하면 흙에 질산염을 내놓는 효능이 떨어지지만 유기비료라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페루 정부는 구아노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100여년 전에 구아노가 있는 섬들을 국유화하면서 '구아노 관리 회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섬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구아노 채취 휴식년을 도입하고 구아노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구아노가마우지에게 해로운 진드기를 잡아먹도록 도마뱀들을 인위적으로 번식시켰다.

페루 당국은 이와 함께 연간 1만2천~1만5천t의 구아노를 생산하는 구아노가마우지를 보호하기 위해 각 섬에 무장경비원들까지 배치하는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이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구아노가마우지 수는 지난 2년 사이에 320만 마리에서 400만 마리로 증가했으나 전성기의 6천만 마리에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시장에 안정적인 공급을 하기 위해 아예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류학자 우리엘 데 라 토레는 구아노가마우지를 보호하지 않으면 오는 2030년에 멸종할 위험도 있다면서 "전쟁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겨온 해조류가 멸종되고 구아노 마저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