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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新.舊 정권 `네탓' 공방

2008-09-07l 조회수 2726


(산티아고=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칠레 연립여당 소속 전.현직 대통령이 때 아닌 `네탓'공방에 휩싸였다.

   칠레 좌파정권의 명운에 부담이 될 정도로 완벽한 실패작으로 평가되는 교통개혁 정책 `트란산티아고'의 책임을 누가져야 하느냐는 것.

   트란산티아고는 지난 2006년 퇴임한 리카르도 라고스 전(前) 대통령이 재임시절 대중교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근로자 층을 겨냥해 입안한 정책으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 집권 후인 2007년부터 실행됐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된 이 정책은 오히려 교통체증 현상을 가중시켜 시민들의 반발을 샀고, 현재 `돈 먹는 하마'로서 바첼레트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정치활동을 재개한 라고스 전 대통령은 2일 현지 라디오방송인 ADN과의 인터뷰에서 "입안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정책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버스노선 개편과 버스전용차선제 도입 등 기존 교통체제를 개혁하겠다는 자신의 청사진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바첼레트 정권이 정책을 잘못 시행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트란산티아고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스스로 "모두 내 잘못"이라는 사죄성명까지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태도가 180도 돌변한 셈이다.

   이같은 태도변화는 라고스 전 대통령이 내년 말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선 과정에서 트란산티아고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을 대비해 미리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것.

   이에 대해 바첼레트 정부도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자신이 추진한 정책 때문에 후임 대통령이 막대한 고난을 겪는 상황에서 자숙은 커녕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것은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것.

   바첼레트 대통령의 최측근인 레네 코르타사르 교통장관은 이날 TV에 출연, "트란산티아고는 입안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라고스 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