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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반-친정부 충돌 격화…100여명 사상

2008-09-17l 조회수 2959


기사입력 2008-09-12 19:06 |최종수정2008-09-12 22:16 
[한겨레] 남미 지역 국가와 미국 사이에서 대사 맞추방 사태는 격화되는 볼리비아 내의 반정부-친정부 시위대 충돌의 격화에서 비롯됐다.

11일 모랄레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정부 시위대가 충돌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차 로렌티 볼리비아 사회운동부 차관은 이날 “북부 판도주 코비하 인근에서 시위대 간에 충돌이 발생해 8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반모랄레스 중심지역인 동부 산타크루스 주도인 산타크루스에서도 이날 새벽 수백명이 참가한 폭동이 발생해, 청년 1명이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남부 타리하주에서도 전날 시위가 벌어져 88명이 다쳤다.

로렌티 차관은 “반정부 시위대가 농민 7명을 총으로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정부 세력권인 판도주의 우고 모피 대변인은 “사망자들은 주 공무원을 포함해 모두 자치주 지지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쪽은 이날 사망사건을 “학살”이라고 규정하고, 모랄레스 대통령이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군대 파견도 불사할 뜻을 밝혀 내전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시위는 보수우파 야권과 일부 지역이 주도하는 1년 가까운 시위의 연장선이다.

2006년 최초의 원주민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모랄레스는 지난해 11월 에너지산업의 국유화, 사유지 보유한도 규제 등 사회주의 개혁을 표방한 개헌안을 야당의 불참 속에 통과시켰다. 이에 국부의 핵심인 천연가스가 80% 이상 매장된 동부 지역의 부유층은 자치주 운동으로 주민의 지지를 끌어들였다. 모랄레스는 지난 8월10일 신임 국민투표로 정면 돌파를 시도해 60%가 훨씬 넘는 찬성률을 얻어냈다. 야권 지역의 주지사들도 함께 재신임을 받으면서 산타크루스, 판도, 타리하 등 동부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다. 미국이 배후에서 반정부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던 모랄레스는 골드버그 미국 대사가 지난주 산타크루스 주지사와 회동한 것을 계기로 대사 추방령을 내렸다.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한편 반미 투쟁 쪽으로 전선을 바꾸려는 의도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