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뉴스

볼리비아, 정부가 경제전반 통제 ‘모랄레스 개헌안’ 통과

2009-01-28l 조회수 2759


기사입력 2009-01-27 18:18 

ㆍ소외 원주민 대거 찬성… 야권 “불복종”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추진해온 사회주의적 개헌안이 지난 25일 실시된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볼리비아 관영 ABI통신은 26일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유효투표 중 찬성이 59.53%, 반대가 40.47%로 잠정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원주민들의 권리를 확대하고 국가의 경제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의 ‘모랄레스식 개혁’이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은 그러나 불복종 운동을 촉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정국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AP·AFP통신에 따르면 국민투표를 통과한 개헌안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원주민들의 권익 보호다. 아이마라, 케추아, 과라니족 등 36개 원주민 공동체는 토지 소유와 언어 사용, 사법 시스템 등에서 광범위한 자치권을 갖게 된다.

개헌안은 또 정부가 경제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갖도록 했다. 천연자원 소유권은 국가에 귀속되며, ‘공공의 필요’가 있을 경우 정부는 주요 산업을 국유화할 수 있다. 비생산적 토지는 정부가 몰수할 수 있고, 개인의 토지 보유도 일정 면적 이하로 제한된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하되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모랄레스는 오는 12월 실시되는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면 2014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26일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 “이제 내부적이든 외부적이든 식민주의는 종언을 고했다”며 “볼리비아는 새로운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개헌안 통과를 자축했다. 개헌안이 가결된 것은 볼리비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면서도 수백년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소외돼온 원주민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결과로 풀이된다.

볼리비아에서는 동부 저지대의 부유한 스페인계 이민자 후손과 서부 안데스 고산지대의 가난한 원주민 세력이 뿌리깊은 대립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전국 9개 주 가운데 동부의 산타크루스, 베니, 판도, 타리하 주에서는 개헌안 반대가 많았다. 야권은 “불복종 운동에 나서자”(사비나 쿠엘라르 추키사카 주지사) “반대가 40%라는 것은 볼리비아의 파괴를 원하는 세력에 대한 거부”(루벤 코스타스 산타크루스 주지사)라며 개헌안 통과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우군’으로 여겨온 미국이 정권교체 이후 달라진 입장을 보여 야권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볼리비아 국민들에게 개헌안 통과와 관련해 축하를 보낸다”며 “볼리비아 정부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나빠진 볼리비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행정부 시절 양국 관계는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하는 등 극도로 악화됐다.

<김민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