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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영화, "슬픈 모유"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2009-02-17l 조회수 3490


상처 받은 여성’ 베를린 울렸다 [중앙일보] 페루 감독 ‘슬픈 모유’ 금곰상
은곰상도 이슬람여성 삶 그려

15일(현지시간) 폐막한 제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선택은 가혹한 현실에 상처받은 여성들이었다. 14일 베를린의 복합 상영관 베를리날레 팔르스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은 페루의 클라우디아 요사(32) 감독의 ‘슬픈 모유(The Milk of Sorrow)’에 돌아갔다. 내전과 테러에 시달리던 1980~90년대 20여년간 페루에서 성폭행당한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감독상(은곰상)을 받은 이란의 아스가리 파르하디 감독의 ‘엘리에 관하여(About Elly)’,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을 공동 수상한 아르헨티나 출신 아드리안 비니츠 감독의 ‘거인(Gigante)’, 독일 여성 감독 마렌 아덴의 ‘다른 모든 사람들(Everyone Else)’도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의 삶에 촛점을 맞췄다. 전통적으로 정치·사회 영화에 손들어주는 베를린다운 선택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동하는 칸·베니스와 달리 저예산·예술영화 중심인 베를린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분위기속에 열렸고, 금·은곰상 4명 수상자 중 절반이 여성 감독이었다.

금곰상을 수상한 ‘슬픈 모유’는 1980~90년대 페루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그렸다.
 
◆여성에 주목하다=금곰상을 받은 ‘슬픈 모유’는 임신 중 성적 학대를 당한 여성의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염되는 ‘슬픈 모유’라는 괴질환을 소재로 했다. 영국 여배우인 틸타 스윈턴 영화제 심사위원장 등 심사위원 7명이 만장일치로 수상을 결정했다.

페루 영화는 사상 처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두번째 장편으로 수상한 요사 감독은 트로피를 번쩍 치켜들며 “이 상은 내 조국 페루를 위한 것이자, 페루 영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소중한 상”이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란 감독 아스가리 파르하디의 ‘엘리에 관하여’는 휴양지에서 실종된 여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이슬람 사회속 남녀관계를 묻는 영화다. 아드리안 비니츠 감독의 ‘거인’은 슈퍼마켓 경비원이 한 여성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내용. 독일 여성 감독 마렌 아덴의 ‘다른 모든 사람들’은 관계때문에 고통받는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여우주연상도 차지했다.

◆비영어권, 비유럽 ‘3세계’ 영화 강세=지난해 금곰상을 브라질 영화 ‘엘리트 스쿼드’(조제 파딜라 감독)가 받은데 이어 올해 페루 영화가 차지함에 따라 베를린의 남미 강세가 계속됐다. 전통적인 예술영화 종주국 유럽은 주요 부문에 수상작을 많이 내지 못했다. 미국영화도 우디 해럴슨 주연의 ‘더 매신저’가 주요 부문에서 유일하게 수상(각본상)해 체면치레했다.

남녀주연상 역시 국내에는 생소한 배우들이다.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를 소재로 한 ‘런던 리버(London River)’의 말리 출신 배우 소티귀 쿠야테가 남우주연상을, ‘다른 모든 사람들’의 오스트리아 배우 비르기트 미니흐마이어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번 베를린영화제의 개막작은 다국적 거대 은행의 금융비리를 파헤친 스릴러 ‘인터내셔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올 베를린영화제는 ‘인터내셔널’이라는 개막작을 필두로 국제주의·다문화 소재 작품을 대거 초청해 국제주의가 비공식적 주제였다”고 평했다.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 초청받지 못했으나 영포럼(비공식부문)에 초청된 5편중 김소영 감독의 ‘나무없는 상’이 ‘그리스도교회상(에큐메니컬상)’, 이숙경 감독의 ‘어떤 개인날’이 ‘넷팩상’을 각각 수상했다. 또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기간중 열린 필름마켓을 통해 ‘쌍화점’ ‘과속스캔들’ ‘박쥐’ ‘마더’ 등이 팔려나가는 성과도 올렸다.

양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