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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피그灣침공 훈련장 제공 사과

2009-02-21l 조회수 2937


기사입력 2009-02-19 03:10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 알바로 콜롬 과테말라 대통령은 지난 1961년 쿠바 망명자들의 피그만 침공을 앞두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과테말라에서 망명자들을 훈련시킬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한 것을 정식으로 사과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쿠바를 방문중인 콜롬 대통령은 17일 아바나 대학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쿠바침공을 준비하는 훈련장을 제공했던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면서 "대통령으로 국가수반으로 또 국군 통수권자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중도좌파를 표명해 온 콜롬 대통령은 자신의 이 같은 사과표명은 "연대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시대는 바뀌고 있으며 남미도 변화하고 있다는 견해를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콜롬 대통령은 이와 함께 쿠바 국빈방문 중에 피델 카스트로 전 대통령에게 콜롬비아 정부의 최고 영예 훈장을 수여했다고 당국은 밝혔으나 병상에 있는 카스트로를 예방하여 직접 수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쿠바 망명자 1천500여명은 CIA의 지도로 과테말라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후 카스트로 공산당 정권 타도를 목적으로 지난 1961년 4월17일 피그만을 공격했다.

그러나 존 F 케네디 대통령 정부가 사전 약속과는 달리 공수지원을 하지 않는 바람에 100여명이 사살당하고 1천명 이상이 쿠바군에 생포당하는 등 3일만에 어처구니 없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쿠바 국민과 마찬가지로 과테말라 국민은 미국 정부가 과거 내정에 개입하여 근대사를 얼룩지게 한 것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 미국에 대한 원망을 갖고 있다.

미 CIA는 지난 1954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하코보 아르벤스 대통령 정부를 타도했으며 그 후에도 36년간 내전이 계속되는 동안 강경 군정과 민간정부를 지원했다. 내전은 20만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엄청난 희생을 남기고 지난 1996년 12월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종결됐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