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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심해유전? 에탄올?..즐거운 고민

2009-09-24l 조회수 2956


기사입력 2009-09-21 08:53

석유 자급자족 기대 속 대체에너지 우선정책 요구 제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유력한 대체에너지로 에탄 올 개발에 주력해온 브라질이 대서양 연안의 심해유전 개발을 앞두고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07년 말부터 산타 카타리나, 상파울루, 리우 데 자네이루, 에스피리토 산토 주 등에 접한 대서양 연안에서 잇따라 발견된 심해유전은 길이 800㎞, 넓이 112㎢에 걸쳐 해저 5천~7천m에 분포돼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석유 매장량은 95억~140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유전까지 합치면 매장량이 최대 1천억 배럴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브라질은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캐나다,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적인 산유국으로 떠오르게 된다.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브라질의 석유 매장량이 3년 안에 현재의 150억 배럴에서 2배 이상인 300억~350억 배럴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에드손 로방 브라질 에너지부 장관은 심해유전 개발을 통해 최소한 40년간 석유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탄올 업계는 정부에 대해 대체에너지 우선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1970년대부터 에탄올 생산확대 정책이 추진됐으나 1980년대 유가하락으로 한 차례 위기를 맞은 바 있다. 현재도 국제유가 하락 추세에 심해유전 개발이 더해지면서 석유 판매가격이 낮아질 경우 에탄올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의 에탄올 소비량은 석유와 에탄올을 혼합사용하는 플렉스(flex) 차량의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석유 소비량을 넘어섰다. 올해도 1~8월 사이 에탄올 소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정도 늘어났다.

브라질의 플렉스 차량 판매량은 2005년부터 석유 차량을 뛰어넘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에는 232만여대까지 늘어나면서 21만7천대에 그친 석유 차량을 크게 추월했다.

수출도 세계경제위기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기는 했으나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8월 수출량은 3억4천800만ℓ(1억3천6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수시장 소비와 수출 확대를 노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을 모색하고 있는 업계는 정부가 심해유전 개발과는 별개로 앞으로도 에탄올을 '제1 에너지'로 삼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주기 바라고 있다.

이와 관련, 브라질 사탕수수 산업협회의 안토니오 데 파두아 호드리게스 기술이사는 "장기적으로 에탄올이 계속 유력 에너지 지위를 유지하고 석유가 이를 보충할 것이라는 점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업계는 정부가 최근 브라질 전체 국토의 81.5%를 에탄올 생산원료인 사탕수수 재배금지 구역으로 정한 데 대해서는 환경보호와 수출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수입업체들이 브라질산 에탄올이 삼림자원을 파괴하지 않고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을 거친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17일 아마존 삼림지역을 포함해 전체 국토의 81.5%에 대해 사탕수수 재배를 금지하고 150㏊를 넘는 재배 면적에서는 사탕수수 수확을 전후해 고의로 불을 지르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경승용차 220만대분에 해당하는 탄산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환경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조치에도 불구하고 에탄올 수요 증가에 따라 사탕수수 재배 면적은 현재의 780만㏊에서 향후 6천400만㏊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재배 면적은 현재 전체 국토의 1% 미만에 불과하며, 7.5%에 해당하는 최대 6천470만㏊까지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