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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석유산업 딜레마 `어쩌나..'

2010-03-10l 조회수 2822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 멕시코인들에게 3월18일은 역사상 매우 뜻깊은 날이다. 72년 전인 1938년 당시 카르데나스 대통령이 외국 석유회사들을 내쫓고 석유산업을 국유화하면서 자원민족주의의 시동을 건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족적 자존심을 높였던 당시의 사건이 이제는 반대로 국가의 재정에 위협이 되고 있고 나아가 미국의 석유 수급도 위협하는 악재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주요 석유 수출국 중 하나인 멕시코는 오래된 유전의 산유량이 줄어들면서 10년 내에 석유 수입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멕시코의 석유생산량은 2004년 하루 350만배럴에서 올해는 250만배럴로 줄었고, 멕시코 동부 연근해 칸타렐 유전의 산유량은 최근 몇 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멕시코의 대미 석유 수출도 하루 110만배럴로 6년새 3분의 1가량이 줄어드는 등 멕시코의 산유량 감소가 미국의 석유 수급에도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멕시코의 석유 생산량이 2020년까지 하루 60만배럴 가량 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멕시코는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미국에 대한 3대 석유 공급원인데, 미국은 멕시코에서 공급받던 석유를 대체할 다른 공급원을 찾으려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베네수엘라나 국내 상황이 불안정한 나이지리아, 이라크, 석유생산시 환경파괴 논란이 있는 캐나다 등이 그 후보군이기 때문이다.

산유량 감소로 멕시코의 재정도 타격을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석유는 멕시코 국가 재정수입의 30∼40%를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었고, 14만명을 고용하는 국영석유회사 페멕스는 멕시코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다. 석유 생산으로 벌어들인 자금은 학교 건설에서부터 마약조직과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멕시코는 멕시코만 심해에 막대한 양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멕시코 에너지부에 따르면 멕시코만 깊은 바닷속에는 지금까지 입증된 매장량의 2배가 넘는 500억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멕시코의 석유산업을 독점한 페멕스는 이를 탐사하거나 시추할 기술과 노하우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72년전 에너지 주권을 주장하며 해외 업체들을 내쫓은 마당에 이제 와서 해외 업체들에 기술지원을 해달라고 손을 내밀 수도 없다는게 멕시코의 딜레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미국연구소의 에너지프로그램 담당인 제레미 마틴 국장은 "멕시코 석유를 잃으면 중요한 공급원을 잃는 것"이라면서 "우리 이웃의 정치.경제적 이해가 석유생산 및 수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는 에너지 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가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