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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외한 미주 국제기구 만든다

2010-02-26l 조회수 2778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중남미·카리브 지역 32개국이 새로운 국제기구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AFP 통신 등이 23일 보도했다. 이 기구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미주기구(OAS)를 대체할 만한 지역협력체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중남미·카리브 지역 지도자들은 이날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중남미·카리브 정상회의(CALC)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실무작업을 거쳐 기구의 구조와 이름 등은 2011년 베네수엘라 회의에서 구체화하기로 했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고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 사이의 협력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CALC에 기반해 탄생할 새로운 국제기구는 회원국 수로는 OAS와 맞먹고,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남미국가연합, 리우그룹 등을 넘어서는 중남미 최대규모의 국제기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재 OAS에서 제외돼 있는 쿠바도 참여한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중남미 국가들이 단합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기구 창설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도 친미·반미, 좌우파 정부들이 혼재해 있어 단일한 목표를 내세운 협력체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새로운 국제기구가 미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OAS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새 기구 창설은 미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등도 동일한 입장이다. 콜롬비아 등 친미국가들은 OAS는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칠레 대통령 당선자 세바스티안 피녜라는 "OAS는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영구기구로 존속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2일 저녁 만찬장에서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이 무역제재와 민병대 문제를 놓고 욕설이 오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새 기구 창설에 대해 "사실상 멕시코 정상회담에 참석한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파트너들"이라면서 "우리는 이 회담의 목표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