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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軍政시절 생이별 부자 32년만에 재회

2010-02-26l 조회수 3325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 시절 생이별했던 부자가 32년 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로 부모의 품을 떠나야 했던 프란시스코 마다리아가는 지난 19일 DNA 검사를 통해 찾아낸 아버지와 32년 만에 만났다.

프란시스코의 아버지 아벨 페드로 마다리아가와 어머니 실비아 모니카 킨텔라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활동한 반정부 게릴라 단체 '몬토네로스'의 조직원이었다.
실비아는 1977년 임신 4개월 상태에서 군정 당국에 체포됐으며, 비밀 교도소를 운영하던 캄포 데 마요 군사기지에서 프란시스코를 낳았다.

실비아는 그러나 모진 고문을 받다 사망했으며, 이후 프란시스코는 당시 육군 장교였던 빅토르 갈로에게 강제로 입양돼 지금까지 '알레한드로 갈로'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 아벨 역시 체포된 뒤 외국으로 추방됐으며, 스웨덴을 거쳐 멕시코에서 망명생활을 한 뒤 1983년 귀국했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인권단체의 하나인 '5월 광장 할머니회'의 도움으로 부모를 찾은 프란시스코는 "지난 32년은 폭력과 학대 속에 보낸 두려운 시간이었다"면서 그동안 아버지로 알았던 갈로에게 당한 설움을 털어놓았다.

아버지 아벨은 "아들을 잃어버린 뒤 내 영혼은 비어 있었다"면서 "이제 내 영혼은 치유되고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말로 아들을 되찾은 감격을 표현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군사독재가 계속된 1976~1983년 사이 프란시스코처럼 갓난아이 때 부모와 생이별해 강제 입양된 사례는 최소한 5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광장 할머니회는 군사정권에 의해 '도둑맞은' 아이 가운데 현재까지 DNA 검사 등을 통해 100여 명의 혈통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fidelis21c@yna.co.kr
(사진) 5월 광장의 어머니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