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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중도좌파 기지개..2014년을 향해

2010-04-14l 조회수 2733


대선 패배 후 첫 공식 행사..전직 대통령 전원 참석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칠레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Concertacion)이 대통령 선거 패배의 충격을 딛고 서서히 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 브라질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콘세르타시온은 전날 4명의 전직 대통령과 350여명의 당직자.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지난 1월 대선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함께 향후 진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기독교민주당, 사회당, 민주당, 급진사회민주당 등 4개 정당으로 이루어진 콘세르타시온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1973~1990년 집권)의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20년간 집권해 왔으나 지난 대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에게 패했다.

지난달 11일 피녜라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준 뒤 공식석상에 첫 등장한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2006~2010년 집권)은 "대선 패배와 관련해 어느 누구에게도 잘못을 돌려서는 안된다"면서 "20년간 계속된 콘세르타시온의 집권을 소중한 정치.사회적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84%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유지하며 퇴임한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콘세르타시온 지지자들로부터 2014년 대선에 재도전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리카르도 라고스 전 대통령(2000~2006년 집권)은 "콘세르타시온의 패배는 국제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콘세르타시온은 5번째 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콘세르타시온 후보로 출마했던 에두아르도 프레이 전 대통령(1994~2000년 집권)도 대선 패배가 칠레 민주주의를 위한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됐다면서 단결을 호소했다.

콘세르타시온의 첫번째 정권을 이끌었던 파트리시오 아일윈 전 대통령(1990~1994년 집권)은 "칠레 사회의 요구를 재해석해야 한다"면서 "실망한 젊은이들과 중산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가 끝난 뒤 카밀리오 에스칼로나 전 사회당 대표는 "최근 수개월간 콘세르타시온에 결속력이 부족했이 사실"이라면서 "이는 대선 패배를 가져온 엄청난 실수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2월 말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피해복구 및 재건을 돕기 위한 위원회 설치안이 결의됐다.

라고스 전 대통령은 대기업에 대해 수익의 17~21%를 과세하는 법안을 제출하자고 제의했으며,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재건 과정에 모든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콘세르타시온은 독재정권 종식을 내세워 1988년 구성된 뒤 칠레의 현대화와 민주주의 발전, 경제성장에 기여했으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강력한 변화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20년간 유지해온 헤게모니 붕괴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