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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소년 엘리안 사건 10주년

2010-04-23l 조회수 2906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 미국과 쿠바 양국 사이에 외교분쟁까지 일으켰던 쿠바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당시 6세)의 보호권 쟁탈전이 종결된 지 22일로 만 10년이 지났다.

엘리안은 지난 1999년 11월 이혼모 엘리사베스 브로톤의 손에 끌려 바다 건너 플로리다로 불법입국을 시도하다 조난으로 어머니와 일행이 익사한 후 망망대해에서 혼자 표류하다 미국 어부 2명에 의해 구조됐다.

미국 당국이 관계법에 따라 엘리안을 쿠바로 돌려보내려 하자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하는 쿠바 교민사회가 자유를 찾기 위해 생명을 잃은 브로톤을 위해서라도 엘리안을 돌려보낼 수 없다고 나서면서 엘리안 보호권 쟁탈전이 벌어졌다.

마이애미에 있는 친척들과 쿠바에 잔류한 생부 사이에 벌어진 양육권 쟁탈전은 당시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까지 가세하는 국가적 자존심 문제로 비화했다.

미국 법정에서의 싸움 등 우여곡절 끝에 무장한 연방요원 100명이 엘리안을 보호하고 있던 친척의 집에 들어가 엘리안을 끌고 나와 대기하고 있던 생부와 상봉시키고 부자를 쿠바로 되돌려 보냄으로써 거의 6개월 동안 지구촌 중요뉴스에서 빠지지 않았던 엘리안 사건은 대단원을 맞았다.

'리틀 아바나'의 쿠바교민 사회가 엘리안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사법 당국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폭동일보 직전까지 간 반면 바다 건너 불과 90마일 떨어져 있는 아바나에서는 공산당 체제 승리의 환호가 메아리쳤다.

쟁탈전이 계속되는 동안 엘리안은 미국 뉴스의 초대형스타로 매일 매스컴에 등장했으며 디즈니랜드 관광도 하는 등 뉴스초점에서 떠나지 않았다.

쿠바에서는 수 십만명의 주민들이 매주 아바나에 있는 미국 이익대표부 건물 앞에 몰려가 엘리안을 돌려달라며 관제시위를 했다.

아들을 찾은 생부 환 미겔 곤살레스는 이혼을 하면서 공동으로 양육권을 갖기로 한 생모가 약속을 어기고 엘리안을 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아들 덕분에 일약 국가평의회 의원이 된 생부는 공산당의 입맛에 맞게 엘리안을 정치집회에 끌고 다녔으며 엘리안은 카스트로가 베푸는 생일 잔치에서 축하노래 속에 케이크 촛불을 끄기도 했다.

엘리안은 공산당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상징물로 각광을 받다가 한동안 공개행사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으나 최근 엘리안이 군복을 입은 모습으로 공산당 청년동맹 총회에 참석해 국기를 손에 쥐고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오랜만에 공개되기도 했다.

쿠바 당국은 또 엘리안의 생일인 12월7일 군사퍼레이드 등 행사를 치렀지만 외국 언론이 엘리안을 접촉할 수 없도록 막았다.

CNN은 22일 엘리안이 쿠바의 항구도시 마탄사스의 외곽에 있는 카르데나스 마을에서 평범한 소년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그의 할머니의 말을 보도했다.

엘리안은 현재 그의 또래들 처럼 군사기숙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부친처럼 경찰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데 한때 배우 혹은 우주인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