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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쿠바 단식농성자들 뭘 원하나

2010-06-17l 조회수 2753


정부 변화 기대 속 처절한 사지투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정치범 인권탄압 논란을 빚고 있는 쿠바에서 단식 농성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투옥 중인 반체제인사 기예르모 파리나스(48)가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며 100일 넘게 단식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에그베르토 앙헬 에스코베도(43) 등 5명의 수감자도 단식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식 농성자가 늘어난 데에는 올 2월 반체제인사인 오를란도 사파타(42)가 82일간의 장기 단식 투쟁 끝에 목숨을 잃은 게 주요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단식이라는 투쟁방법이 주는 효과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단식은 사파타의 경우처럼 절명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언론 등 교도소 밖의 이목을 끌며 요구사항을 부각시킬 수 있고, 정치범에게는 쿠바의 인권상황을 서방세계에 알리는 효과적인 투쟁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파타와 파리나스의 단식 농성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가톨릭 교회가 쿠바 정부를 방문해 인권 개선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 뒤 당국에 의해 정치범 석방이나 교도소 이송이 이뤄지는 변화된 모습이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단식을 하는 정치범에게 투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농성자들이 같은 목적으로 단식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자발적으로 단식에 돌입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단식 농성자들은 정치범 석방 등 정부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부터 적절한 병치료를 받게 해달라는 다분히 개인 신병과 관련된 요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정부를 향한 외침이다.

과거 15년간 두차례 정치범으로 복역했던 리카르도 보필은 적어도 최근 10년간 교도소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미 지역일간지인 마이애미 해럴드가 16일 전했다.

하지만 단식이라는 투쟁방식 자체가 끝장을 각오 해야 하는 탓에 농성자들의 건강상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50일 넘게 단식을 진행 중인 에스코베도는 호흡 곤란과 신장 결석으로 고통받고 있고 지난 3월 단식 와중 실신했던 파리나스는 감염 문제를 겪으며 생과 사를 오가는 극한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