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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매몰 광부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2010-10-12l 조회수 2615

 
매몰 광부 구조 카운트 다운, 13일 시작 예정

지상 최대의 ‘구출’ 드라마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칠레 북부 산 호세 광산 매몰 광부들의 지하 7백 미터 ‘땅굴생활’은 11일 현재 67일째. 한시라도 빨리 햇빛을 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생존본능일 터. 그러나 두 달이 넘는 지하생활을 통해 자신보다 더 서로를 사랑하게 된 광부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이메 마냘리치 칠레 보건장관은 10일 산 호세 광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광부들과 구조 순서를 상의했는데 여러 명의 광부들이 자신이 마지막까지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서를 미리 정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자 이곳저곳에서 “내가 마지막에 나가겠다”, “아니다. 내가 끝까지 남겠다”며 서로에게 순서를 양보했다는 것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어느 것으로도 끊을 수 없는 강한 연대의식과 동료애를 보여준 것이다.

구조 캡슐을 통한 본격적인 ‘구출작업’은 현지시각으로 13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캡슐이 한 번 오르는 데만 걸리는 시간은 광부 한 사람에 최소 15분에서 20분, 최대 1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3명 모두 안전하게 지상으로 나올 때까지 48시간, 꼬박 이틀동안 쉬지않고 구조 캡슐이 땅 속과 땅 위를 오르내리게 된다.

광산 앞에 마련된 ‘희망 캠프’에는 가족과 친지들이 한껏 들뜬 모습으로 광부들과 다시 만날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희망 캠프’에는 또 30여개 국에서 날아온 500여 명의 외신기자들을 포함한 1천여 명의 취재진이 광부들의 구출 장면을 전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한 쪽에서는 매몰 광부들의 사투와 동료애를 소재로 한 TV 다큐멘터리와 영화들이 준비되고 있다. 칠레 영화감독 로드리고 오르투사르는 광산 붕괴사고가 난 지 17일만에 광부들의 생존 사실이 알려진 직후 매몰과 구조 까지의 전 과정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영화제목도 33명의 광부들이 쪽지에 쓴 붉은 글씨로 “33명 모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린 데 착안해 ‘The 33'으로 정해졌고, 상영시간도 1시간 33분으로 결정됐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10일 세계적인 대형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광부들의 생존 스토리를 책으로 엮어 출간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전하면서 “33명의 영웅들에 관한 책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비단 칠레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이 33명 광부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면서 지상 최대의 구출 드라마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