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좌파 부부대통령 시대' 끝내고 '우클릭'한 아르헨티나
오랜 좌파정권 피로감에 경제회복·변화에 대한 열망이 정권교체 이끌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0년 넘게 좌파 정권이 집권하던 아르헨티나의 유권자들이 경제위기 속에 '우클릭'을 택했다.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 '공화주의 제안당'(PRO) 소속 마우리시오 마크리(56)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 이어진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는 12년 만에, 좌파 집권은 1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아울러 194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이 주창한 이후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해온 국가사회주의 정치 이데올로기인 '페론주의'도 일단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날 AFP통신은 "마크리의 승리는 아르헨티나 정치에서 급격한 변화"라며 "지난 70년 중 대부분 기간에 아르헨티나 정치를 지배해온 페론주의의 장악을 깨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온건 페론주의자'로 분류되는 집권당의 다니엘 시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와 친(親) 기업성향의 보수 우파인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이 맞붙은 이번 대선에서는 당초 시올리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다. 12년간 연이어 아르헨티나를 통치한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상황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페론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지지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르헨티나의 대부분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페론주의의 계승자라고 내세우곤 했다. 그러나 개혁과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페론주의와는 거리를 뒀던 마크리 후보는 지난달 대선 1차 투표에서 시올리를 바짝 뒤쫓으며 결선 투표로 이끈 데 이어 결선 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예상을 빗나간 이번 대선 결과는 오랫 동안 계속돼온 경제 위기를 풀고자 하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의지와 변화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군사정권 집권 후부터 여러 경제 문제가 누적되다 1990년말 미국 달러와 페소화의 환율을 1대 1로 고정시킨 태환정책의 폐해 등으로 2001년 급기야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까지 맞게 된다. 1999년 당선됐던 반(反) 페론 우파 성향의 페르난도 데 라 루아는 경제난에 따른 소요 사태로 2001년 2년 만에 중도 퇴진하게 됐고, 극심한 정국 혼란이 이어지다 다시 좌파 페론당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이 2002년 1월 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이후 2003년 두알데 대통령의 지지 속에 당선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세금 인하, 최저임금 인상 등의 경기 부양책으로 빈사 상태이던 아르헨티나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55%의 높은 지지율로 물러나며 이후 대선에서 아내 페르난데스 후보가 당선되는 데 기여했고,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높은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하며 오랫동안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도 중남미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페론주의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계승했다고 자처한 정치인들이었다. 빈곤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내수 활성화를 위해 관세를 인상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비롯한 여러 진보 정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사망한 2010년 무렵부터 아르헨티나 경제는 다시 동력을 잃어갔고 그에 맞춰 지지기반도 점차 약해졌다.
인플레이션율은 30% 수준까지 치솟았고 빈곤율은 다시 높아졌으며 경제 성장률은 올해 상반기 2.2% 수준으로 낮아졌다. 페르난데스 정권의 재정 지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결국 14년 전 경제 위기가 우파에서 좌파로의 정권 교체를 이끈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또다시 경제 위기가 좌파에서 우파로의 교체를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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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2015.11.23.)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5/11/23/0607000000AKR201511231165510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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