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타계에 中여론 엇갈려…"공상같은 사회주의 추구"
2014년 7월 시진핑 카스트로 예방[AP=연합뉴스]
시진핑은 조전 이어 쿠바대사관서 직접 조문
中 네티즌, 중소분쟁 당시 관계악화 '구원'…쿠바체제 비판
(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홍제성 특파원 =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타계에 대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일부 네티즌이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과는 다소 다른 시선을 보이고 있다.
29일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선 지난 1960∼1980년대 중소(중국과 소련) 분쟁 당시 소련의 편을 들었던 쿠바와의 구원을 기억하며 사회주의 이상에 치우쳐 가난과 고립의 길을 걸은 쿠바를 비하하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쿠바 경제가 민생 문제를 해소치 않은 채 지금껏 낙후된 길을 걸으며 정치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쿠바 사회주의 노선의 많은 부분이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현재 중국 공산당은 공식적으로 카스트로를 '이 시대의 위대한 인물'로 칭송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는 29일 오전 주중 쿠바대사관을 찾아 쿠바의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서거에 애도를 표시했다고 인민일보(人民日報)가 전했다.
시 주석은 앞서 쿠바에 보낸 조전을 통해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발전에 불후의 공헌을 했으며 이 시대의 위대한 인물로 역사와 인민이 기억할 것"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취임 후 외국 지도자의 타계와 관련, 해당국 대사관을 찾아 직접 조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소련의 스탈린과 북한 김일성·김정일 등 공산권 국가의 지도자들이 사망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직접 해당국 대사관을 찾아가 조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도부는 정치국 상무위원급의 고위인사를 내달 4일 열리는 카스트로 장례식에 조문단 대표로 파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스트로 개인에 대한 존중과 함께 서반구의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카스트로 타계 이후 중국인들이 베이징의 주중 쿠바대사관 앞에 헌화하거나 국제 공산당가인 '인터내셔널가'를 외치며 지난 25일 타계한 카스트로를 애도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카스트로는 반세기에 걸친 공정과 이상의 끊임없는 추구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미국에 대항해 사회주의의 길을 견지하면서 굽힐 줄도 모르고, 물러설 줄도 몰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카스트로 타계에 대한 중국 매체의 평가가 중국 지도부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텅쉰(騰迅·텐센트)망은 "'가난한 이상국가',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제목의 평론을 통해 "카스트로의 이상주의 추구와 달리 쿠바의 현실은 생활필수품조차 결핍에 시달리는 등 그가 부르짖은 이상국가의 수준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동방망, 투데이 헤드라인(今日頭條), 신랑(新浪·시나)망 등 인터넷 매체들에선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쿠바 교민들이 카스트로의 죽음을 경축하는 행사를 벌였다는 소식도 전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선 1960∼1980년대 중국과 쿠바의 관계가 악화됐을 당시 중국 관영매체가 카스트로를 비판한 글을 다시 끄집어내기도 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카스트로가 이끄는 쿠바를 소련의 '주구', '졸개'라고 비판하면서 중국과 쿠바간 정치적 교류는 끊기고 서로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냉전의 살아있는 화석이던 카스트로가 죽었다"며 "중소분쟁 당시 쿠바는 줄곧 소련의 편을 들며 모스크바의 충실한 앞잡이 노릇을 했고 소련에 핵미사일 배치를 허용해 쿠바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일부 매체와 네티즌들의 카스트로 비판 여론에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사설을 통해 "사고의 틀이 매우 천박하고 역사적 의식도 빈약하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내 일부 형성되고 있는 이런 시각은 당국의 공식 입장이나, 우마오당(五毛黨·관변 댓글부대)에 의한 것이 아니며 '뉴욕타임스'만을 보고 서방에서 말하는 모든 것들이 맞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중국인은 카스트로를 존경하고 쿠바를 친구로 보고 있다"며 "카스트로에 대한 다른 시각은 현시대 중국의 다원화된 특징을 보여주는 것일 뿐 어떤 실질적인 의미도 갖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중 쿠바대사관 앞의 카스트로 애도 헌화[EPA=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2016.11.29.)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6/11/29/0607000000AKR201611290635510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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