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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형_20100924_안데스 아메리카와 한국

2011-03-03l 조회수 2788

최근 들어서 라틴아메리카 자원 외교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방한하여 리튬 광산 개발 건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본격적인 사업화 방안 모색에 들어갔다. 연이어 에콰도르 대통령인 라파엘 코레아도 순방하여 한국의 경협 참여를 요청했다. 여기에 얼마 전에 협상이 끝난 한-페루 자유무역협정을 더 하고, 올해 안에 협상이 끝날 예정인 한-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을 더해보자. 이미 5년의 이력을 가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도 있다. 그만큼 안데스 아메리카에 대한 한국의 발걸음이 한층 바빠졌다. 구리의 주산지 칠레, 석유 생산국 에콰도르와 콜롬비아, 가스 및 각종 광산물의 보고인 페루와 볼리비아에 어느 듯 한국은 성큼 다가가 있다.
오늘날 에너지와 자원개발을 둘러싸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부상 이래 모두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과 각종 광산물의 가격이 폭등했고, 이에 라틴아메리카에 다시 에너지와 광산물 붐 경제가 등장하고 있다. 취약한 경제권인 안데스아메리카는 놀랍게도 이런 수요 덕분에 세계적인 경제위기도 잘 견뎌나가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나마 안데스 아메리카에서 에너지와 자원 외교에 안간 힘을 다하고 있다. 이번 성과의 교훈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 관료적 모멘텀 만으로는 부족한 자원외교에는 정치적 의지와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의지와 집중력이 없다면 쉬 부처이기주의와 단기적 계산의 포로가 되고, 자원외교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둘째, 환태평양 시대에 안데스 아메리카와의 전략적 경제협력이 본격화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그 가운데서 안데스는 우리에게 전혀 알려 지지 않은 미지의 땅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 개의 자유무역협정과 전략적 경제협력 사업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이제 큰 그림은 그려졌고, 미세한 부분을 채워야 할 때이다. 무역협정과 양해각서는 첫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성공적인 경제협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먼저 해당국들의 요구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안데스 어느 국가도 마구잡이 식 자원개발을 바라지 않는다. 모두 청정개발을 바라고, 환경을 둘러싼 갈등이 최소화되길 원한다. 볼리비아와 에콰도르는 에너지 개발을 둘러싸고 수많은 정정을 겪은 나라이다. 원주민들이 개발수익의 적절한 배분을 요구하며 궐기했고, 이에 여러 명의 대통령이 중도 하차했던 나라들이다. 중도좌파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정정은 줄어들었고, 정치적 안정을 되찾았다.
에너지와 자원이 집중적으로 묻혀 있는 곳은 대부분 원주민 주거지대나 아마존 열대우림 지대이다. 개발 대상지에서는 원주민, 지방정부, 중앙정부 사이에 큰 이해갈등이 존재한다. 국가의 힘이 강한 칠레의 경우을 제외하고, 대부분 허약한 국가 전통을 가지고 있기에, 민간기업만의 힘만으로는 현지의 갈등을 감당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현지사정 파악에 좀 더 주력할 필요가 있고, 모두가 최소한 동의할 수 있는 개발모형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페루의 광산 개발에 성큼 뛰어들었다고 여러 차례 낭패를 경험한 중국의 선례가 도움이 될 것이다.
속도감이 있는 경제협력이 이뤄지려면 상시협력기금과 상시협력체제 같은 것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유망한 사업을 발굴하여 경제협력을 하는데, 현지의 허약한 금융능력과 인프라가 문제가 된다. 이때 인큐베이터 자금은 우리 쪽에서 대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민간기업에다 모두 떠넘기면 사업의 실현이 어렵다. 또 전략적인 경제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협력할 태세도 갖추어야 한다. 리스크가 큰 에너지와 자원 개발사업이다. 부처와 관련 기관 그리고 업계가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그나마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