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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3일 멕시코 지방선거의 정치적 함의

2011-09-23l 조회수 3088

2011년 7월 3일 멕시코 지방선거의 정치적 함의

조영현(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2011년 7월 3일 멕시코주, 꼬아윌라주, 나자릿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가 무사히 끝났다. 주지사를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제도혁명당(PRI)은 세 지역에서 모두 압승을 거두었다. 멕시코주에서 제도혁명당 에루비엘 아빌라 비예가스 후보는 64%의 득표율로 승리를 쟁취했다. 그는 녹색당(Partido Verde Ecologista de Mexico)과 신연합당(Partido Nueva Alianza)의 단일후보였을 뿐 아니라 현 주지사이자 유력한 대권후보인 뻬냐 니에또의 후원을 받았다. 이에 반해 집권여당인 국민행동당(PAN) 후보 루이스 펠리페 브라보 메나는 12%를, 민주혁명당(PRD) 후보 알레한드로 엔시나스 로드리게스 후보는 24% 득표하는데 그쳤다. 꼬아윌라주에서 제도혁명당의 루벤 모레이라 발데스 후보는 62%를, 국민행동당의 기예르모 아나야 야마스 후보는 35%의 득표율을 보였다. 앞의 두 후보의 득표율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나자릿주에서 제도혁명당의 로베르또 산도발 까스따네다 후보는 47%를 획득했다. 이것은 39%를 획득한 국민행동당의 마르타 엘레나 가르시아 후보 보다 8%정도 앞서는 것이고, 11%의 득표율을 보인 민주혁명당의 과달루페 아꼬스따 나랑호 후보와는 큰 격차가 나는 수치이다. 

무엇보다 멕시코주와 꼬아윌라주에서 제도혁명당 후보가 60%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는 점은 내년 대선에서 제도혁명당의 집권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는 내년에 치러질 대선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멕시코주는 정치의 심장부인 멕시코시에 인접해 있는 멕시코 내 최대 인구밀집 지역이다. 15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산업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라 재정이 풍부하다는 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지역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멕시코주가 2012년 대선 표심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핵심 지역 중 하나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곳에서 제도혁명당 후보가 64%의 득표율을 보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거 결과는 현재 멕시코 정치상황을 압축해 보여준다. 깔데론 대통령은 브라보 메나가 주지사 후보가 되는데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메나는 이미 18년 전 국민행동당 후보로 나온 전력이 있어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집권여당의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민주혁명당 후보 보다 12%나 덜 득표했다는 것은 국민행동당의 참패를 의미한다. 결국 브라보 메나의 패배는 깔데론 대통령의 여당 내 입지를 더욱 약화시키고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제도혁명당이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슨 특별한 선거 전략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제도혁명당이 1929년부터 2000년까지 71년간의 집권과정에서 보여준 부패, 반민주, 수직적 구조, 권위주의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새로워진 제도혁명당의 모습을 유권자에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 선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았다. 지난 선거에서 제도혁명당은 투명하지 못한 후보 인선을 보여주었다. 당권을 쥔 사람들의 친구, 지인들을 후보로 내세워 국민행동당과 민주혁명당 연합 후보들이 나선 뿌에블라주, 시날로아주, 와하까주에서 실패를 맛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다 진일보한 후보 선정과정을 보여주었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멕시코주에서는 70%를 상회하는 현 주지사 뻬냐 니에또 후보의 인기, 집권여당과 깔데론 대통령의 실정이 제도혁명당의 승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3개주의 주민들은 치안 부재, 범죄와의 전쟁 실패, 경제 위기가 지방정부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연방정부와 대통령의 정책실패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은 멕시코주의 일부 문제까지도 깔데론 대통령의 정책 실패 탓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폭스에서 깔데론 정권으로 이어지는 국민행동당 10년 집권 동안 멕시코 국력이 쇠퇴했다고 주장한다. 치안부재, 마약과의 전쟁 실패, 경기침체 때문에 ‘실패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전직 외교부장관이자 멕시코국립대학 교수인 호르헤 까스따네다는 국민행동당의 유일한 희망이 ‘경제회복이라는 기적’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2012년 집권여당인 국민행동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아주 약하다. 왜냐하면 미국의 경기침체, 그리스로부터 촉발된 유럽연합의 금융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때문에 세계 경기의 호황이 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제도혁명당의 집권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거론되는 국민행동당과 민주혁명당 사이의 연합후보 공천 문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지사 선거와는 다른 무게를 지닌 대선에서 우파와 좌파가 연합하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당내 의견도 분분한지라 연합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 국민행동당의 실정으로 민주혁명당이 약간의 이익을 보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이 민주혁명당의 득표율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민주혁명당 내에서도 범좌파 단일후보 이야기가 나오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와 마르셀로 에브랏 사이의 대선 후보 경선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두 후보 사이의 충돌이 분당 뿐 아니라 좌파진영의 몰락을 부를 수도 있어 보인다. 현재 민주혁명당은 멕시코시를 장악하고 있지만 다음 선거에서 이 지역에서 다시 승리하리라는 것도 불확실하다.

국민행동당의 참패는 결국 당내 역학구도, 대선 전략, 대선후보 선출 문제에서 커다란 변화를 부를 것은 확실하다. 아직 2011년 11월에 치러지는 미추아깐 주지사 선가가 남아있다고 자위하는 당원들이 있지만 대다수 당원들은 아직 후보조차 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승리를 기약해 볼 강력한 대선 후보가 국민행동당 내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승리가 불확실 한 상황에서 대선후보로 나설 사람도 많지 않아 보인다. 정치평론가들은 두 세 사람 정도가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나서든 승리를 거머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깔데론이 “폭스 대통령은 제도혁명당을 로스 삐노스(대통령 관저)에서 축출했지만, 로스 삐노스에 국민행동당을 들여보내지는 못했다”고 비탄했다. 폭스 대통령은 국민행동당 토박이도 아니었고, 당권을 완전히 장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개인적 인기에 기반을 둔 대선 승리를 쟁취했다. 그는 집권 후에도 당 조직을 이용한 통치보다는 자신의 고유한 개인적 스타일로 국정을 운영했다. 그런 이유로 국민행동당은 국정운영 경험이 부족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학자들은 깔데론 대통령도 미숙한 국정운영을 보인다는 측면에서는 폭스 대통령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는 국가수반과 행정부 최고 책임자로서 국정을 운영하고 있지 못하고 국민행동당 대표 시절의 편협한 시각에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멕시코 현지 언론은 폭스 대통령과 달리 출신성분 상 국민행동당의 골수 당원이라는 평을 받는 깔데론이 실정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당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논평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국민행동당은 2012년 재집권에 빨간불이 켜졌고, 민주혁명당도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패배한 정당은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부여된 것이다. 반성의 시간을 통해 구습에서 환골탈퇴하지 못하면 2012년에도 고통스런 잔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제도혁명당은 멕시코주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뻬냐 니에또라는 젊고 미남형인 케네디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대선후보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1.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