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이민법과 오바마의 이민정책 변화
이은아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취한 이민 정책의 방향이 사뭇 달라졌다.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40만 명, 2011년 30만 명을 포함해 지난 3년간 총 100만 명의 이민자를 추방한 것을 비춰보면, 추방유예와 고급 인력 신속 영주권 도입 등 최근 감행한 이민개혁은 큰 변화로 간주될 만하다. 미국 내에서는 이 조치를 반기는 측과 비난하는 측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런 일시적 조치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강한 반면, 헌법적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자신을 지지한 라티노 유권자의 기대와는 달리 이민법 개혁에는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한 채 기존의 제도를 점점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2009년 불법체류자 중 중범죄자를 검거해 본토로 송환하는 안보 공동체 프로그램을 창설했고, 이로써 경찰은 FBI뿐 아니라 이민 사무국과도 모든 구금자의 지문 조사권을 공유해야만 했다. 그동안 경제위기로 인해 노동시장에 불법 체류자 유입을 정당화 하는 식의 이민법 개혁을 단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 백만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들을 이대로 둔 채 이민법 개혁 없이 그대로 간다면 2012년 선거에서 히스패닉 사회의 지지를 놓치게 될 것은 거의 확실한 시나리오다. 그래서 신문들은 오바마가 라티노 이민자 표심잡기를 염두에 둔 듯 이민 정책에 전격 유턴을 가했다고 일시에 보도하고 있다.
오바마가 계승받은 이민법의 실체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린턴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나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자를 강제 구금하는 규정을 확대 실시하는 법안을 승인했고, 이로 인해 교통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아야 하는 이민자도 마치 범죄자인양 감옥으로 보냈다. 96년 7만 명의 사람들이 이민법을 위반해 구금되었고 98년에는 구금자가 18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초기에는 이민에 관해 유연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2001년 9?11 사태가 있기 두 달 전만해도 부시 대통령은 “이민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국가 성공의 상징이다”라고 단언했고, 당시 멕시코의 폭스 대통령과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이민 제도에 첫 개혁을 단행할 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수백만의 불법이민자를 정상화하며 임시 취업비자를 발급하기로 했고, 멕시코는 국경 보안 문제는 ‘공동의무’라면서 국경 통제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9?11 사태는 이민개혁에 있어 뒷걸음을 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다. 9?11 테러 이후 부시대통령은 ‘국토안보부(DHS)’와 22개의 연방 사무소, 산하 기관인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출범시키는데, 이는 세계 제 1차 대전 이후 국방부가 창설된 이후 미국 정부가 행한 가장 크고 중요한 조직 개편에 해당한다. 이런 조치는 기본적인 시민권에 위배되는 측면이 강해 이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정부는 이민자와 테러리즘 연루 의심자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국가행정력을 증대시켰고, 이런 와중에 국가 안보에 위험하다고 추정될 만한 이민자들을 객관적 증거 없이 구금하거나 추방시켰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DHS 같은 기구의 창설은 이민에 관한 논쟁을 희석시키거나 왜곡시킨 셈이다.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로 인해 이민이 국가 안보의 문제로 뒤바뀐 것이다.
크리스티나 페레다(Cristina F. Pereda)는 “국경에 관한 진실과 거짓말”이라는 엘파이스지 기사에서 미-멕 국경지대에 대한 고착된 이미지가 현재 상당히 빗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0여 년간 국경 지대를 넘는 불법 이민자의 실태는 클린턴대통령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변모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법률 시행과 함께 1993년 3천3백여 개의 이민사무소가 현재 2만2천여 개까지 증가됐다. 그러나 2000년 애리조나에 6십1만6천명의 불법 체류자가 구금되었던 반면 2010년에는 2십1만2천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반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경제 위기와 반이민정서로 인해 국경을 넘는 인구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페레다는 멕시코로부터 월경하는 이민자의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지금이 합의에 도달해 이민 제도를 고칠 적절한 시기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2013년에는 미국 이민 정책에서 일대 개혁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사도 있다. 미국 국가 경제 회복을 위해 불법이민자구제와 합법 이민 확대가 해결책이라고 경제계는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 시 이민개혁에 박차를 가하게 될지 기대해 볼 만하다.
첨부파일 (1개)
- 지역워치.jpg (16 KB, download: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