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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현_20100615_가톨릭교회 쿠바 정치범 석방에 앞장서다

2011-03-03l 조회수 2457

쿠바 반정부세력에 따르면 아직도 이 섬나라에는 200명이 넘는 정치범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라울 카스트로 정부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수감된 자들이 미국의 이권에 따라 움직이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매수된 용병일 따름이라고 주장한다. 반정부 세력의 지도자 기예르모 파리냐스는 병고로 투옥생활을 하기 힘든 26명의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그의 투쟁은 장기간 계속되었고 단식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을 여러 번 겪었다. 사태의 심각함을 의식한 가톨릭교회는 라울 카스트로 정부를 상대로 정치범들의 석방과 인권이 보장되는 수감생활을 위해 직접 나섰다.
지난 5월 19일 아바나시의 대주교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은 라울 카스트로 의장을 만나 병든 양심수들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 모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라울은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추기경은 쿠바 당국의 적극적인 인도주의적인 제스처가 있을 것을 암시했다. 쿠바 당국은 6월 13일 다수의 수감자를 가족들이 사는 인근 지역 형무소로 이감시켰다. 그리고 47세의 나이로 2003년부터 20년 형을 선고 받고 감옥생활을 해오던 아리엘 시글레르 아마야(Ariel Sigler Amaya)를 석방했다. 26명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강상태를 보였던 그가 가장 먼저 풀려났다. 가톨릭교회의 중재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가톨릭교회와 쿠바 정부의 관계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라울 카스토로는 약 네 시간가량 오르테가 추기경과 쿠바 주교회의 의장인 가르시아 이바네스 추기경을 포함해 쿠바 교회 극소수의 지도자들과 광범위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쿠바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 과거처럼 쿠바 교회의 문제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쿠바의 현재와 미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쿠바혁명 이후 가톨릭교회를 대화의 상대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와 당국의 대화는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군복을 입은 라울과 수단을 입은 추기경들이 악수하는 장면은 곧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6월 17일 교황청 외무성 장관인 맘베르티 추기경의 쿠바 방문과 라울 카스트로와의 대화는 양국의 우호를 증진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추기경의 방문은 양국의 수교 75주년을 기념하고 제 10차 가톨릭 사회주간 행사를 주재하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교황청은 쿠바정부와 대화하고 쿠바인들 사이에 화해를 촉진시키려는 의도도 있음을 내비쳤다. 라울 카스트로 정부가 쿠바인과 교회, 더 나아가 세계와 대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자극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점에서 복음적 역할보다는 정치적 역할에 더 방점이 찍힌 방문이었다. 교회의 일과 외교, 정치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문이라는 점에서 일석이조를 노린 행동이었다.
맘베르티 추기경이 교황청으로 돌아간 후 쿠바의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은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쿠바의 주보 성모인 자비의 성모 발견 기념 400주년이 되는 2012년 초청했다고 발표했다. 교황청도 교황의 쿠바 방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쿠바 전문가들은 교황의 방문이 실현된다면 라울 카스트로 정부가 세계와 더 우호적 관계를 맺고 개방화 하는데 기여하고 쿠바의 민주화에도 공헌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