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_20100926_자유무역협정, 페루의 미래인가
지난 8월 30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통상장관회담에서 한국-페루의 자유무역협정이 15개월의 협상 끝에 타결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농목축업 부문의 105개 품목(쌀, 소고기, 고추 마늘 등)은 협정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관심사인 자동차와 가전제품은 관세가 즉시 혹은 단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관심사인 자원개발에서도 이번 자유무역협정은 중요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페루는 세계적인 구리, 아연, 주석 보유국이고(각각 세계 2위, 3위, 3위),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페루의 가시적인 이득이 더 적어 보이는데도 양국의 공동선언문이 페루 대통령궁에서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되었으며, 협상 타결까지 15개월이 걸렸다고는 하나 특별한 현안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을 보면 페루 측의 자유무역협정 의지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위협을 느끼기보다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2009년 양국 교역 현황은 우리나라가 수출 6억 4,800만 달러, 수입 7억 5천말 달러로 페루의 무역 흑자였으니 자유무역협정에 위협을 느낄 리 없었다. 게다가 태평양 너머 아시아에 파트너가 생겼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페루에게 도움이 될 일이 분명하고,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이전도 기대하고 있다.
순조로운 협상타결에는 또 다른 배경도 있다. 페루의 국내 정치와 최근 20년 동안의 경제정책이 그것이다. 페루는 사실 신자유주의 모범국이라 부를 만하다. 1990년 워싱턴 컨센서스 이후부터 당시의 후지모리 대통령과 그 후임 톨레도 대통령은 이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적극 동참했다. 현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이 이 흐름을 뒤집기는 대내외적으로 역부족이다. 더구나 그럴 마음도 없다. 알란 가르시아는 집권 1기에 참담한 실패를 맛본 인물이다. 마지막 2년 동안의 인플레가 연 10,000%에 달할 정도여서, 페루 역사상 최악의 경제난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알란 가르시아는 이 실패를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극단적인 혁명단체 센데로 루미노소 탓으로 돌리지만, 내심 자신의 지나친 민족주의 노선(실제로는 포퓰리즘에 불과했지만) 탓으로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집권 2기에는 자유무역협정에 목을 매고 있다. 2006년 대선 과정에서는 당시 대통령 톨레도가 타결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지만, 대선 직후부터 미국 국회의 비준을 줄곧 촉구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 및 경제 블록과도 자유무역협정 회담을 진행 중이고 2009년에는 중국과 EU와 협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순전히 페루의 적극적인 행보 덕분에 이 많은 자유무역협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자원의 중요성이 점증하지 않았다면 페루와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임할 국가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페루 ‘경제 부흥’의 견인차로 평가되는 안타미나 광산의 성공담이 안데스 지역, 그리고 페루에 대한 해외의 재평가를 이끌어냈다. 구리와 아연을 주로 생산하는 안타미나 광산은 페루 중북부 안데스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 3위의 광산이다. 이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안타미나 광업회사는 2006년에서 2009년 사이에 6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문제는 이 회사 지분 100%가 호주, 스위스, 캐나다, 일본의 4개 기업의 소유라는 점이다. 세금, 임금, 현지 조달 물품대금, 지역사회 지원금 등을 통해 페루 국가경제와 지역사회에 공헌한다고는 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페루 국내에 남기 힘든 실정이다. 더구나 알란 가르시아 정부는 금년 1월 안타미나 광업회사의 초과이득세를 경감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과거 구아노, 고무, 석유, 어분 등 자원 붐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발생한 외자 유입-국부 유출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조짐이 가시화된 것이다. 그 어느 자원도 영원할 수 없기에 이란 악순환은 자원 붐이 끝날 때마다 국가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자원 특수를 누리던 해당 지역은 어김없이 피폐해졌다. 자원이 많을수록 더 큰 문제가 야기되는 자원의 저주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안데스의 자원에 접근하는 국가들과 기업들에 의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만 하다.
언뜻 보면 페루의 가시적인 이득이 더 적어 보이는데도 양국의 공동선언문이 페루 대통령궁에서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되었으며, 협상 타결까지 15개월이 걸렸다고는 하나 특별한 현안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을 보면 페루 측의 자유무역협정 의지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위협을 느끼기보다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2009년 양국 교역 현황은 우리나라가 수출 6억 4,800만 달러, 수입 7억 5천말 달러로 페루의 무역 흑자였으니 자유무역협정에 위협을 느낄 리 없었다. 게다가 태평양 너머 아시아에 파트너가 생겼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페루에게 도움이 될 일이 분명하고,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이전도 기대하고 있다.
순조로운 협상타결에는 또 다른 배경도 있다. 페루의 국내 정치와 최근 20년 동안의 경제정책이 그것이다. 페루는 사실 신자유주의 모범국이라 부를 만하다. 1990년 워싱턴 컨센서스 이후부터 당시의 후지모리 대통령과 그 후임 톨레도 대통령은 이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적극 동참했다. 현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이 이 흐름을 뒤집기는 대내외적으로 역부족이다. 더구나 그럴 마음도 없다. 알란 가르시아는 집권 1기에 참담한 실패를 맛본 인물이다. 마지막 2년 동안의 인플레가 연 10,000%에 달할 정도여서, 페루 역사상 최악의 경제난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알란 가르시아는 이 실패를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극단적인 혁명단체 센데로 루미노소 탓으로 돌리지만, 내심 자신의 지나친 민족주의 노선(실제로는 포퓰리즘에 불과했지만) 탓으로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집권 2기에는 자유무역협정에 목을 매고 있다. 2006년 대선 과정에서는 당시 대통령 톨레도가 타결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지만, 대선 직후부터 미국 국회의 비준을 줄곧 촉구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 및 경제 블록과도 자유무역협정 회담을 진행 중이고 2009년에는 중국과 EU와 협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순전히 페루의 적극적인 행보 덕분에 이 많은 자유무역협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자원의 중요성이 점증하지 않았다면 페루와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임할 국가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페루 ‘경제 부흥’의 견인차로 평가되는 안타미나 광산의 성공담이 안데스 지역, 그리고 페루에 대한 해외의 재평가를 이끌어냈다. 구리와 아연을 주로 생산하는 안타미나 광산은 페루 중북부 안데스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 3위의 광산이다. 이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안타미나 광업회사는 2006년에서 2009년 사이에 6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문제는 이 회사 지분 100%가 호주, 스위스, 캐나다, 일본의 4개 기업의 소유라는 점이다. 세금, 임금, 현지 조달 물품대금, 지역사회 지원금 등을 통해 페루 국가경제와 지역사회에 공헌한다고는 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페루 국내에 남기 힘든 실정이다. 더구나 알란 가르시아 정부는 금년 1월 안타미나 광업회사의 초과이득세를 경감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과거 구아노, 고무, 석유, 어분 등 자원 붐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발생한 외자 유입-국부 유출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조짐이 가시화된 것이다. 그 어느 자원도 영원할 수 없기에 이란 악순환은 자원 붐이 끝날 때마다 국가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자원 특수를 누리던 해당 지역은 어김없이 피폐해졌다. 자원이 많을수록 더 큰 문제가 야기되는 자원의 저주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안데스의 자원에 접근하는 국가들과 기업들에 의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