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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아_201001_이민법 개혁과 라티노 사회

2011-03-02l 조회수 3107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1월 27일 밤 새해 국정 연설을 마쳤다. 국정 연설에 사용한 7300단어 중 이민법 개혁에 관한 단어는 고작 38개에 그친 데 대해서 이민옹호단체들과 이민사회들은 매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라티노, 라틴아메리카, 푸에르토리코의 정치적 지위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에 관해 라티노 사회가 크게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불법이민자들을 구제하는 포괄이민개혁법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짙고, 2011회계연도 예산안에서도 이민개혁 준비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민법 개혁과 라티노사회의 분노가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
포괄이민개혁법은 1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서류 미비자들이 연방정부에 등록하면 합법신분으로 조정 받을 수 있게 되고, 벌금과 세금을 납부하고 신원조회를 통과하여 언어교육을 이수하면, 합법신분을 취득한지 6년 후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구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민사회 특히 불법이민노동자가 많은 라티노 공동체는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사안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라티노들은 지난 대선에서 오마바에게 큰 지지를 보냈고, 오바마 대통령 역시 상당수의 라티노를 백악관의 고위직에 임명함으로써 좋은 호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러나 사실상 현실정치에서 라티노 행정 공무원의 힘을 기대하기란 아직 이르다. 연방 정부에서 일하는 라티노는 전체 인원의 8%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구 반영률이 심각하게 낮은 상황에서 이런 채용률 부족을 상쇄할 길이 있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라티노 사회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이민개혁의 올해 추진 약속을 어길 경우 11월 중간 선거에서 투표불참으로 민주당에게 패배를 안길 것이며 대통령의 재선까지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08년 선거에서 공화당 아성을 무너뜨리고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었던 콜로라도, 뉴멕시코, 네바다, 플로리다 주 등에서 민주당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오바마 국정 운영 기조의 변화는 라티노 사회에도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민법 개혁의 연기가 예상만큼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즉, 시민권자가 다수인 라티노 사회에도 역시 불법이민자 문제보다는 실직 문제가 더 민감하게 와 닿는다는 말이다. 이 반론이 어느 정도 맞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 연방하원에서 이민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의 루이스 구티에레스 하원은 “경기 침체와 10%의 높은 실업률 속에서 미국인들에게 포괄적 개혁안을 제시해 지지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서류미비 이민자들에게 합법적 기회를 부여하면 미국경제회복에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연구보고서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라티노 사회의 결집과 민주당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구티에레스 하원의 주장처럼 몇 주 전 이민법 개혁과 미국경제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the Center for American Progress에 의해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포괄이민개혁법이 향후 10년간 1조 5천억 달러의 내수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모든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향상시켜 그들로 하여금 구매와 소비를 하도록 장려하게 되고, 결국 정부 세금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고용인들이 불법노동자들에게 지불한 임금에 대해 정당한 방법으로 세금을 거둘 수 있고, 국가의 노동력을 체포, 구금, 송환시키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티에레스의 강력한 경고와는 달리 이민법 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미지근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라티노들이 그들을 쉽게 변절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 또한 있다. 이민법 문제에 대해 말조차 꺼내지 않는 공화당에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하여간 지금 라티노 사회는 이민법 개혁을 실현시킬 표를 얻기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 민주당 역시 라티노 사회의 지속적인 지지를 낙관할 상황도 아니다. 현재로는 이민법 개혁에 대한 논란이 11월 중간 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반영될지 아직 정확히 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