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현_200909_차베스, 새 교육법을 통해 학교에서 하느님을 몰아내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8월 14일 다양한 사회 세력들 사이에 첨예한 입장 대립이 있었던 새 교육법을 승인했다. 우고 차베스는 즉시 이 법을 공포해 효력이 발생되도록 했다. 이 법은 국가 주도 무상교육, 민중교육, 종교적 색체를 배제한 교육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교육자로서의 국가”라는 개념을 통해 교육에 있어 국가의 지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교육부 차관은 이 새 교육법이 지니는 이념적ㆍ정치적 의미를 숨기지 않았다. 체게바라가 언급한 “새 인간”의 출현을 돕는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21세기 사회주의 이념과 윤리를 학생들에게 이식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법은 시민들의 통합적 양성과 윤리적 가치 형성에 대해 책임이 있는 주민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민위원회는 “볼리바르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조직되고 동원되는 시민 조직이다. 정부는 이 위원회를 통해 정치적으로 학교와 학원의 활동을 평가하고 감독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우고 차베스는 이 법을 선포하며 기존의 “사업으로서의 교육” 개념과 “제국의 부하들을 양성하는 교육”과 단절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새 법을 통해 그동안 교육에서 배제되었던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육의 문이 활짝 열렸음을 알렸다. 그는 “부르주아들이(반동세력) 이 법에 대해 반대하며 징징댄다면, 그것은 이 법이 역설적으로 그 만큼 좋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라며, 어떠한 반대도 자신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류층을 형성하는 기업가, 사설 방송, 그리고 가톨릭교회가 이 법의 입법화에 가장 먼저 저항했다. 반대자들은 새 교육법이 피교육자에게 차베스가 선전하는 21세기 사회주의 이념을 주입시키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을 염려했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국ㆍ공립이나 사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을 공식적으로 배제하는 것 때문에 더욱 강력히 저항했다. 교회는 그동안 국가와 함께 베네수엘라의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교육시장을 양분하던 기관으로 커다란 위협을 느꼈다. 대다수 사설 교육기관과 학원들을 독점하다시피 한 교회는 이 법의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이 승인되자 카라카스의 대주교인 호르헤 우로사 추기경은 차베스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서 종교교육을 없애려한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에게 하느님은 중요하며 필요하다고 말하며, 학교에서 하느님을 추방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부모가 자신의 신앙과 종교, 양심에 따라 자녀에게 어떤 종류의 윤리와 가치, 지식을 심어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 부모의 ‘자녀 교육권’을 국가가 박탈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헌법이 부모의 교육 결정권과 종교교육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교육법이 지향하는 목표인 “통합적 교육”에는 인간의 초월적ㆍ종교적 측면도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좌익 계통의 사람들은 그 동안 베네수엘라의 지지부진하던 사회주의화로의 이행과정을 지켜보며 실망했으나, 이제 이 법의 공포를 통해 베네수엘라가 진정한 사회주의를 향해 첫 발을 딛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들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첫 걸음 이라고 믿기 때문이다.